[강방천과 만나다]② 2차 동학개미운동, 잠자는 퇴직연금 깨워야

권혜정 기자,정은지 기자 2021. 4. 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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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운동, 자본시장 자유화 뛰어 넘는 역사적 사건"
"공매도 두려워 말라"..성장주냐, 가치주냐 논란 종결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4.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정은지 기자 = 30년 넘게 한국 자본시장과 함께 해온 한국 가치투자의 대가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 그는 지난해 코로나19발 폭락장에서 자생한 동학개미운동에 대해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이 흥분할 때 뛰어 들어 쓰라린 결과를 안고 떠나던 개인투자자들이, 공포를 이겨내며 주식매수 운동을 벌였고 이 결과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를 얻었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으로 엄청난 사건이라는 이야기다.

"항상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를 강조하는 강 회장은 모두가 함께 부자되는 세상을 꿈꾼다. 공부하지 않는 게으른 펀드매니저는 '누구보다도 나쁘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그런 그가 꿈꾸는 2차 동학개미운동은 '퇴직연금'을 통해서다. 잠자고 있는 퇴직연금을 깨워 2차 동학개미운동, 이를 넘어 동학개미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뉴스1>은 지난 6일 경기도 판교 에셋플러스 본사에서 강 회장을 만났다.

◇동학개미운동, '자본시장 자유화' 넘어서는 역사적 사건

1세대 펀드매니저인 강 회장은 1989년부터 30여년이 넘는 시간을 한국 자본시장과 울고 웃었다. 그런 그가 평가하는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은 1992년 자본시장 자유화를 뛰어 넘는 역사적 사건이다.

번번이 필패(必敗)하며 빈손으로 주식시장을 떠나던 개인투자자들이 지난해만큼은 다른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지난해 개인들의 성과를 '용기에 대한 대가'라고 표현했다. 공포에 휩싸였던 주식시장에 뛰어 들어 용기의 대가로 첫번째 단추를 잘 채웠다면 이제는 두번째, 세번째 단추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할 때라고 말한다. 강 회장은 이같은 과정이 있다면 일명 '개미들의 무덤'인 공매도 역시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가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좋은 기업'이라면 주가는 장기적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으로 대표되는 주식투자 열풍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 자본시장에 30여년 넘게 있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역사는 1992년 외국인에게 자본시장을 개방했던 '자본시장 자유화'였다. 동학개미운동은 이를 뛰어 넘는 역사적 사건이다. 과거 몇번에 걸쳐 주식시장으로의 개인투자자 유입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개인은 시장이 흥분할 때, 소문에 달려와 쓰라린 결과를 봤다. 그러나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의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금과 달러를 사재기할 때 개인들은 공포를 이겨내고 주식을 사는 매수 운동을 벌였고, 이 자체가 역사적으로 엄청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지난해 용기에 대한 대가로 셔츠의 첫번째 단추를 잘 채웠다면 이제는 두번째, 세번째 단추를 어떻게 하면 잘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단순한 용기가 아닌 학습과 공부,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충실한 과정을 거쳐 나오는 나쁜 결과가 과정이 생략된 좋은 결과보다 더 나은 경우를 많이 봤다. 주식시장이 험난하고 어려운 길임에도 공부하고 인내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두번째, 세번째 단추를 채워 '진짜 행복한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성과를 가지고 '주식이 쉽다'고 생각할 경우 과정이 생략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잘못된' 미래를 잉태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동학개미운동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개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내달 대형주 공매도 재개다. ▶공매도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공매도가 재개될 경우 결국에는 언젠가 (그들이) 매수세력이 되기 마련이다. 개인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말하며 걱정하지만 좋은 기업의 주식은 기관들이 팔아도 주가가 (장기적으로) 오르게 돼 있다. 공매도는 시장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으니, 굳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해라, 너희는 실컷 (공매도) 해. 나는 좋은 기업 살게'라는 자세가 필요하다. 개인들이 잘하면 더 훌륭한 성과가 나올 수 있으니 전혀 무서워 할 필요가 없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4.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성장주냐, 가치주냐' 논란 종결…정답은 '성장 가치주'

최근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성장주냐, 가치주냐'이다. 가치투자의 대가인 강 회장은 한 마디로 이 논란을 종결시켰다. 성장주와 가치주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이 둘을 함께 보는 '성장 가치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성장이 없는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강 회장은 최근 몇년 사이 성장가치주에 비해 전통적 가치주가 소외되긴 했지만 전통적 가치주의 소외현상은 극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과정을 통해 밸류에이션 균형이 맞춰질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그는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등은 '역사적으로 대단한 기업'이라며, 승자독식 구조의 비즈니스 사업을 하는 이같은 기업들의 가치는 앞으로도 우상향할 것이라 전망했다.

-성장주냐, 가치주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논쟁할 가치가 없는 이야기다. 세상은 늘 가치가 가격을 만들고, 가격은 가치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성장주냐, 가치주냐'가 아니라 '성장가치주'라는 단어가 맞다. 성장이 없는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성장에 더 주목하는 가치주인지, 전통적 가치주인지에 대한 개념적 정의만이 존재할 뿐이다. 성장가치주와 전통적 가치주의 관점에서 최근 4~5년 사이 성장가치주가 더 주목 받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적 가치주 소외 현상은 계속 될 것이라 보는가. ▶최근 성장가치주에 비해 전통적 가치주가 소외됐고, 앞으로도 성장가치주의 가치가 늘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다만 전통적 가치주에 대한 소외현상은 당분간 극복될 것으로 본다. 극복 과정을 통해 밸류에이션 밸런스를 맞추는 과정이 있겠다. 이후로는 다시 성장가치주가 주목 받게 될 것이다. 대표적으로 아마존, 알리바바, 애플, 넷플리스 등 스마트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플랫폼 사업은 역사적으로 대단히 멋있는 사업이다. 개인이 사업을 한다고 해도 어느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기업들의 고객이 되어버리는 구조다. 승자 독식의 비즈니스모델인데, 과연 이 기업들이 10여년 만에 생명을 다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빅데이터를 기초로 한 인공지능 쪽으로, 또 다른 혁신 속에서 최고가 될 것이다. 이 기업들의 경우 밸류에이션, 가치는 여전히 갈 것으로 본다.

◇"잠자는 퇴직연금 깨워라" 2차 동학개미운동 말하는 이유는

강 회장은 '함께 부자되는 세상'을 꿈꾼다. 최근 15년 만에 '관점'이라는 새 책을 펴낸 이유이기도 하다. 치열한 의심의 충돌 끝에 본인이 채득한 관점을 통해 모두가 부자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런 그가 기대하는 것은 퇴직연금을 통한 2차 동학개미운동이다.

강 회장은 지난해 주식 수익률은 두자릿수를 웃돌았지만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2%대에 불과하다며 안타까워했다. 퇴직연금의 주인인 사용자들이 대부분 채권과 예금으로 운용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주식투자로의 활용을 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빚을 내지 않아도 되고, 장기간에 걸쳐 투자할 수 있는 성공투자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올해 두번째 단추는 바로 '퇴직연금'이라고 했다. 개인들이 '연금 자산의 혁명가'가 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첫번째 단추를 잘 채웠다면, 올해 두번째 단추는 무엇일까. ▶퇴직연금이 얼마나 있는지 아는가. 무려 260조원이다. 우리나라 연금은 총 3층 구조로, 1층 국민연금, 2층 퇴직연금, 3층 개인연금이다. 1층의 국민연금은 본인이 운용할 수 없지만 퇴직연금은 가입자의 것으로 본인이 (운용) 할 수 있다. 이 돈이 256조다. 그러나 이가운데 주식으로 운용되는 것은 10%가 안된다. 대부분이 채권과 예금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주식 수익률이 30~40%를 웃돌았음에도 (퇴직) 연금의 수익률은 2%대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왜 내 (퇴직) 연금의 수익률이 1~2%대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큰일이다. 올해 두번째 단추는 바로 퇴직연금이다.

-두번째 단추인 퇴직연금을 움직이기 위해 개인들의 역할은. ▶개인이 연금을 공부해야 한다. 빚내서 투자하지 말고, 퇴직 연금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주식형으로 바꿔달라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은행 증권사가 연금가입자인데 가입자 본인이 왜 연금을 주식형 펀드에 넣지 않는가, 요구하면 이를 시작으로 두번째 동학개미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혹시 앞으로도 시장이 조정을 받게되면 즐거운 마음으로 회사에 가서 자신의 퇴직연금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고 요구하면 되는 것이다. 연금가입자들이 연금 자산의 혁명가가 되어야 할 때다. 연금은 또 매분기마다 들어오기 때문에 적립식 투자도 가능하다. 오랜 기간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성공 투자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앞으로 주식시장을 대할 때 자세에 대해 조언해달라. ▶가장 기본 원칙은 투자자의 자세다. 일단 좋은 기업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좋은 기업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여러분의 주변, 삶을 지탱하는 기업, 바로 그것이다. 좋은 기업을 또 이왕이면 (주가가) 저렴할 때 사는 것이 좋은데, (주가가 많이 오른) 현 시점에서는 분산투자, 나눠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 저점은 누구도 모른다(하하) 나도 모른다. 좋은 기업을 분산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산에는 종목의 분산과 시기의 분산 등이 있는데, 이를 적절하게 섞어 분산투자해 (좋은 기업과) 오래 함께 가라는 것이 내 조언이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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