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文정부가 펼쳐야할 외교정책..'레거시 함정' 주의

노민호 기자 2021. 4. 1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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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지금은 안정적 외교 필요..성과에 얽매여선 안돼"
"美와 대화 지속..시진핑 연내 방한 어렵다는 것 전제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4.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4·7 재보궐 선거 이후 사실상 대선정국이 시작된 가운데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어떤 외교정책을 펼쳐야 할 지가 관심이다. 특히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성급하게 '임기 중 유산(레거시·Legacy)'를 만들려하는 함정에 빠져선 안된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이번 '재보선 참패'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국정 운영을 하는 데 있어 상당 부분의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많다.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완성을 레거시로 남기고 싶어하지만, 지난 1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외교적 변수를 고려할 때 상황이 더 꼬였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곳곳에서 감지될 경우 국면 전환용 '무리수'를 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당장은 '반짝 효과'를 낼 수도 있으나 장기적인 국익 관점에서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보다는 차기 정부가 지속적인 한반도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관리 외교'에 집중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온다.

특히 소강 국면인 북한 사안을 두고서는 '이벤트성' 남북정상회담 등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이는 북한 비핵화 추진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한미동맹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현 시점은 안정적인 외교가 필요하다"며 "너무 성과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지금 환경은 레거시를 쌓기에 적절한 환경도 아니고 제대로 된 방어만 해도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과거 남북대화가 활발했던 '햇볕정책'의 김대중 정부와 '평화번영'의 노무현 정부 임기 말과 달리, 현재 상황은 남북대화가 사실상 끊긴 상태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관측이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해인 지난 2007년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했지만, 문 대통령은 '노딜'로 끝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와 잇단 무력시위, 대남비난전 등 처한 상황이 많이 다르다.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즉 기존 정책을 유지하며 그간 대북정책의 득과 실을 냉정히 돌이켜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권 말기지만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지속 유지에 매진해야 한다"며 "한미동맹을 토대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나올 때까지 우리 정부의 대북접근법 원칙·방향이 핵심이 되도록 한미 간의 지속적인 소통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동맹국 미국과는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대북정책과 대중견제 구상에서 '이견'이 감지되고 있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한 조속한 북미대화 재개에 시야가 흐려져서는 안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복원과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우리에게 기회"라며 "더욱 굳건한 동맹관계 강화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잘 활용해야 한다. 또한 미북대화 중재 노력을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은 때가 있고 현실이 있는 것 지금은 북미 모두 대화를 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일본 사안도 문제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 일본에 화해의 제스처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지만, 사실상 일본은 7월 도쿄올림픽과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미중패권 경쟁 속 대미외교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일관계 개선은 한국만 의지가 있다고 될 일이 아니다.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일본은 현재 미중관계 속에서 미일관계와 중국과의 외교에 관심을 더 기울이고 있고 한국에 대한 외교는 우선순위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사안도 성급해해서는 안 된다는 평가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두고서다.

시 주석은 지난 1월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내년이 한중 수교 30주년임을 강조하며 관계 심화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따뜻한 국빈 방문 초청에 감사드린다"며 "여건이 허락되는 대로 조속히 방문해 만나 뵙길 기대한다"고 문 대통령의 임기 내 방한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행보는 시 주석의 방한을 일종의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두고 우리 외교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 주석 방한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외교부는 관련 내용을 아예 다루지 않았다.

대신 중국 외교부는 '코로나19 백신 글로벌 패권 장악' 행보로 읽힐 수 있는 '춘먀오 행동'을 부각하거나 '건강코드 협의' 등을 강조했다. 이는 우리 외교부의 발표문엔 없는 내용이다.

이러한 사례에 비춰 볼 때, 중국이 우리가 조기 시 주석 방한을 계속 해서 요구하면 관련 '청구서'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한 계속해서 "'한한령'이 실체가 없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우리를 압박하려 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신범철 센터장은 "정부는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이 어렵다는 걸 전제로 어떤 과제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며 "일관된 길을 가면 언젠가 외교 성과 나온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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