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Q&A]밭에도 오름에도 무덤이 가득..돌담은 또 왜?

오현지 기자 2021. 4. 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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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때마다 제주를 찾는 박모씨(26·경기)는 여행 중 뜬금없이 만나게 되는 무덤을 볼 때마다 궁금증이 앞선다.

박씨 말처럼 제주에서는 밭, 과수원 한가운데는 물론 오름에서도 무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주 사람들은 예로부터 무덤을 '산'이라고 불렀고, 무덤을 만드는 일 역시 '산을 쓴다'고 표현했다.

또 제주에서 매년 봄 목초지를 태우는 방애불이 무덤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산담을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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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만 있는 무덤 둘러싼 '산담'
제주시의 한 밭에 산담으로 둘러싸인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2021.4.10/뉴스1© News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올레길을 걷거나 버스를 타고 지나갈 때마다 밭에 돌담으로 둘러싸인 무덤이 자주 보이는데 대체 왜죠?"

휴가 때마다 제주를 찾는 박모씨(26·경기)는 여행 중 뜬금없이 만나게 되는 무덤을 볼 때마다 궁금증이 앞선다.

박씨 말처럼 제주에서는 밭, 과수원 한가운데는 물론 오름에서도 무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산야와 들판이 점차 경작지로 변하면서 그곳에 있던 무덤들이 그대로 밭에 남게 돼서다. 또 풍수지리에 따라 풍수사가 묫자리를 잡아준 경우도 허다하다.

그리고 이들 무덤은 대부분 직사각형 혹은 사다리꼴의 돌담 안에 보호받듯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 무덤, 묘지하면 무섭다거나 께름칙하게 여기겠지만, 제주도 사람들에게 주변에 자리한 무덤은 하나의 문화이자 상징물이다.

제주 사람들은 예로부터 무덤을 '산'이라고 불렀고, 무덤을 만드는 일 역시 '산을 쓴다'고 표현했다. 무덤을 둘러싸는 돌담은 그래서 '산담'이라 불린다.

산담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담으로, 밭이나 과수원, 오름 등에 위치한 것이 많다.

특히 한 겹으로 쌓는 밭담, 집담들과 달리 산담은 여러 겹으로 쌓아 각별하게 여겼다.

산담을 쌓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명절을 앞두고 한 남성이 제주시 애월읍 가족공동묘지에서 예초기를 동원해 벌초하는 모습./뉴스1

무덤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서거나, 오름과 중산간 들판에 있는 무덤의 경우 짐승의 침입으로부터 무덤을 보호하기 위해 산담을 쌓았다.

또 제주에서 매년 봄 목초지를 태우는 방애불이 무덤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산담을 만들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무덤을 일종의 '집'으로 여겨 울타리를 만들었다는 말도 전해진다.

제주에서는 나그네가 길을 잃었을 때 산담 안으로 들어가 잠을 자면 묘 주인이 자기 집에 찾아온 손님이라 여겨 보살펴 준다고 믿었다.

또 죽어서도 망자의 혼령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산담에 출입문을 만들기도 했다.

대개 남자는 왼쪽에, 여자는 오른쪽에 출입문을 만든다. 출입문 없이 산담을 쌓는 경우에는 돌계단을 만들어둔다.

제주 사람들은 이 산담의 크기와 형태를 보고 그 집안의 당시 재력을 가늠할 수 있다고도 한다. 부유한 집안의 경우 여러 겹의 직사각형, 여의치 못하면 홑담을 쌓았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20세기 최고의 설치미술가인 크리스토도 제주의 산담 앞에서는 오금을 펴지 못할 것"이라며 산담의 가치를 인정하기도 했다.

다만 그 크기가 넓은 것은 수십 평에 달해 후손들이 무덤을 이장하거나, 일반적인 장묘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면서 산담 상당 부분이 사라지고 있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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