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TSMC 쥐락펴락하는 반도체 회사가 있다니..장비 한대 3천억

김승한 2021. 4. 1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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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연합뉴스]
반도체 업계에서 삼성전자와 TSMC를 쥐락펴락하는 업체가 있다.

전세계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하는 ASML이다. 납품 업체는 구조상 '을'에 위치하지만, 이 회사는 독점 생산으로 주문자인 '갑'마저 고개 숙이게 한다. 삼성전자와 TSMC 등 글로벌 파운드리의 초미세 공정 경쟁이 심화되면서다.

◆수요 급증에 장비 한 대 3000억 육박하기도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다. 10나노미터(nm, 10억분의 1) 이하의 미세한 공정에서 높은 수율 확보를 위해 EUV 노광 장비는 필수다.

삼성전자와 TSMC는 2019년부터 7나노 공정에 EUV를 적용했다. 양사는 현재 EUV를 활용한 5나노 공정을 양산 중이며, 내년에는 3나노에도 진입할 예정이다.

ASML은 전세계에서 EUV 노광 공정장비를 만드는 유일한 기업이다. 매년 생산대수도 한정적이다 보니 수요에 비해 공급은 항상 부족하다.

업계에선 EUV 장비 확보 경쟁은 '전쟁'과도 같다고 한다. 장비 한 대당 1500억~2000억원으로 알려졌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수요 급증으로 3000억원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ASML에 따르면 연간 EUV 장비 출하대수는 2018년 18대, 2019년 26대, 2020년 31대다. 올해는 생산성을 개선해 연간 장비 판매대수를 40대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이 마저도 현재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ASML EUV 노광장비. [사진 = ASML]
차량용과 스마트폰 등 반도체 수요가 급증으로 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1대의 EUV 장비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장비 확보가 늦어지면 미세 공정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직접 찾아 물량 확보를 요청한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주문자인 삼성전자 TSMC가 고개를 숙이는 슈퍼갑 '을'의 위치에 올라선 셈이다.

◆장비 주문 내년까지 완료...ASML '함박웃음'

업계에 따르면 ASML은 내년 생산량까지 모두 주문이 끝난 상황이다. 올해 출하될 40대 EUV 장비 중 70~80% 삼성전자와 TSMC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 양사 EUV 노광장비 확보 대수는 TSMC가 약 40대, 삼성전자가 17~19대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도 올해부터 2025년까지 4조7500억원을 들여 EUV 장비 들여오기로 했다고 밝힌 상황이다. 장비 운반과 설치 등의 비용을 고려하면 최대 18대가 도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인텔도 200억 달러(약 23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EUV 확보 경쟁을 예고했다. 인텔은 기존에도 EUV 장비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발 맞춰 EUV 장비 수급에 본격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제공 = 삼성전자]
TSMC는 올해 설비투자액 250억~280억 달러(약 28~32조원)의 80%를 7나노 이하 초미세화 선단공정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360억 달러(약 41조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는 공장에서는 EUV 기반 5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는 133조원 중 45%인 60조원을 EUV 장비 등 첨단 생산 인프라에 투입할 계획이다.

수요가 넘쳐나니 ASML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해 ASML은 매출 140억 유로(약 19조원), 순이익 36억 유로(약 5조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8.6%, 38.5% 급증하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장비 주문이 늘며 호실적이 예상된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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