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도 선별 작업 필요.. 이익 창출 못 하면 리스크에 취약해"

이다비 기자 2021. 4.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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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글로벌 펀드 운용하는 홍성철 마이다스에셋 본부장

중요한 건 '실적'… '구조적 성장주'에 주목하라

"성장주와 가치주 모두 ‘진짜 성장’이 중요한 시기가 됐습니다. 지난 1분기 이미 국내외에서 대표적인 성장주가 조정받았다고 해서 성장주가 계속 하락한다는 막연한 두려움은 지양해야 합니다. 이제 실적이 뒷받침된 좋은 산업과 기업을 골라내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전기차·신재생에너지·전자상거래를 비롯해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넓혀 나가는 대표산업과 기업의 탄탄한 성장 추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홍성철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사진)은 6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실적'과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보급과 함께 본격적인 경기 회복기에 들어가면 밸류에이션(평가 가치)보다는 실적이 매우 중요해진다"며 미국 시장의 'FAAMG(페이스북·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를 실적과 성장성을 고루 갖춘 대표 기업으로 꼽았다.

홍 본부장은 국내서 손꼽히는 펀드 매니저다. 그는 국내와 글로벌 펀드를 동시에 운용한다. 2015년 마이다스에셋운용에 합류하고서 연기금 및 대형 보험사의 일임형 자금은 물론, 배당주펀드인 ‘마이다스블루칩배당펀드’와 롱숏펀드인 ‘마이다스거북이펀드’ 운용을 맡고 있다. 2019년부터는 글로벌 인컴(채권 이자, 주식 배당 등 정기적으로 수취하는 현금 수익) 전략으로 ‘글로벌블루칩배당인컴펀드’도 같이 운용하고 있다.

올해 증시 핵심 키워드 하나를 꼽자면.

"올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핵심 키워드는 코로나19에서 벗어난 우리 일상의 정상화, 즉 경기 회복이다. 이미 글로벌 증시는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함께 올해 경기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다. 강조하고 싶은 건 경기가 강하게 회복되면 조정 장세가 크게 펼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아닌 외부 환경에서 일어나는 잡음으로 조정이 일어난다면, 이는 좋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다."

경기 회복으로 인해 성장주와 가치주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경기민감주(전통 가치주)는 경기회복과 함께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다. 성장이 추세적이지 않지만, 경기 사이클과 동행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백신 보급과 함께 경기부양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과 대규모 재정정책도 경기민감주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코로나19가 해소돼도 저성장·저금리·저물가의 ‘뉴노멀’ 추세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므로 경기사이클에만 의존하는 경기민감주는 장기간 상승하기 어렵다.

특히, 실적으로 인한 ‘성장주의 차별화’에 주목해야 한다. 경기 침체기 이후 회복 초기와는 달리, 본격적인 회복기에 진입하면 밸류에이션보다 실적이 매우 중요해진다. 언택트 시대 주역들은 높아진 기대치와 주가만큼 실적으로 증명해야 할 때가 왔다. 금리가 올라가면 위험을 딱히 감수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이자가 높아진다. 이렇게 성장이 흔해지기 시작한 경기회복기에 실적이 받쳐주지 못하면 성장주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반면 실적으로 성장을 검증한 성장주는 경기 사이클 변곡점에서 주가가 다소 흔들릴 순 있어도 기업 가치는 장기적으로 다시 우상향할 것이다."

실적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성장주나 가치주 모두 이제 ‘진짜 성장’이 중요한 시기가 됐다. 성장은 기업가치를 반영하는 본질이다. 단기적으로 4월 이후 주로 발표될 1분 기 실적과 향후 전망이 중요하다.

우리는 ‘구조적인 성장’에 주목해야 한다. 구조적 성장은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해나가는 기업을 뜻한다. 미국 시장의 ‘FAAMG(페이스북·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혁신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한 다음 사업반경을 넓혀 장기간 고성장을 이어왔다.

지금 시장에서 많이 나오는 금리 상승이나 미 연방준비위원회(Fed)의 정책 변화 가능성 등 다양한 외부변수는 경기 사이클과 함께 반복됐는데, 이런 구조적 성장주는 외부 변수와 무관하게 장기적으로 성장을 지속해왔다. 실제 이들의 매출 증가율은 2009년 이후 연평균 20%다. 같은 기간 S&P500 기업의 4%를 크게 넘는 수준이다. 심지어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충격에도 이들은 성장을 이어갔다."

성장주에 투자할 때는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가.

"성장주 중에서도 아직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혁신기업일수록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기에 리스크(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FAAMG는 올해 고점 대비 약 10% 하락했지만, 혁신기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ARK 인베스트의 ‘ARKK ETF’는 30% 이상 내렸다. 그러나 이런 조정은 늘 제2의 애플, 제2의 테슬라가 될 수 있는 종목을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 산업의 핵심 기업은 변동성에도 장기적으로 실적을 통해 기업가치 상승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도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혁신을 통해서 ‘게임 체인저’가 된 테슬라는 이제 아마존· 애플·페이스북·넷플릭스가 그랬던 것처럼 장기적이고 견고한 경쟁력을 우월한 실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지난 1분기 이미 국내외에서 대표적인 성장주가 거칠게 조정받았다고 해서 성장주가 계속 하락한다는 막연한 두려움은 지양해야 한다. 이제 실적이 뒷받침된 좋은 산업과 기업을 골라내는 노력이 중요하다. 전기차·신재생에너지·전자상거래와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넓혀 나가는 대표산업과 기업의 견조한 성장추세는 역행하기 어렵다."

국내 성장주와 글로벌 성장주의 차이가 있나.

"결국 장기적이고 탄탄한 ‘구조적 성장’과 이런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독보적인 경쟁력이 국내와 글로벌 성장주의 가장 큰 차이다. 미국 시장은 혁신산업이 충분히 육성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거대한 내수 시장과 새로운 혁신에 과감히 투자하는 풍토와 자본, 정책이 있다. 미국 시장과 달리, 한국 시장은 기본적으로 경기에 민감한 업종을 중심으로 시장이 구성돼왔다.

국내도 추세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세계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래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을 집중적으로 삼성전자는 최근 10년간 주가가 400% 넘게 올랐다. 반도체 업황에 따른 단기 주가 등락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꾸준히 상승했다. NAVER·LG화학·삼성바이오로직스도 마찬가지다.

다만 국내 성장주는 아직 산업 수요를 스스로 창출해내는 기업이 적다. 한국 시장은 태생적으로 최종소비재나 서비스보다는 중간재를 공급하거나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 많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처럼 장기간 구조적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산업 리더십을 보유한 기업이 많이 탄생해야 한다. 중간재라 하더라도 비(非)메모리 분야의 슈퍼 ‘을’인 ASML처럼 높은 기술 협상력과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예가 될 수 있다."

펀드는 어떤 전략으로 운용하고 있나.

"올해는 기존의 구조적 성장 업종 중에서 코로나19로 단기적으로 피해를 봤지만 코로나19 완화와 함께 다시 견조한 성장 사이클을 재개할 수 있는 산업과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주로 글로벌 소비재나 서비스, 의료 업종 등이 해당한다. 경기상승기에 자본차익과 배당을 매력이 있는 금융업종도 중요한 매수 기회로 봤다. 당분간 알파 수익 측면에서 내수 유통·콘텐츠 및 리츠, 항공과 레저업종도 일부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

또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지고 가격 이점(메리트)이 생긴 성장주에 대한 저가 매수 기회를 포착하려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기업의 경쟁력, 펀더멘털이 아닌 외부 변화에 따른 큰 조정은 늘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업을 싸게 할 수 없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오는 5월 3일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 대형주가 공매도를 재개한다.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는가.

"사실상 전면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과 비슷할 것으로 본다. 코스피200이 전체 유가증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4%에 달하고 코스닥150의 공매도 대차잔고가 80%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코스닥이 더 공매도 영향은 받을 것으로 판단한다. 코스피는 개별주식 선물을 통해 헤지 수요가 일부 소화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코스닥은 지난해 공매도 금지 이후 대차잔고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차잔고가 다시 평균으로 돌아가면 상대적인 영향이 클 수 있다. 다만 공매도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전반적인 증시의 방향성은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에 연동하며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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