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분위기는 뉴욕인데 오메기 술에 안주는 해삼 내장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1. 4. 10. 03:04 수정 2023. 11. 2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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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전문가의 단골
명욱 숙명여대 교수
서울 여의도 '삼씨오화'의 해삼 내장을 곁들여 먹는 광어·참돔 모둠회.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손꼽히는 술 전문가인 명욱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는 “앞으로 한국의 술 트렌드는 전통주가 이끌 것”이라고 했다. “탁주, 약주, 청주, 증류식 소주 등 5000종이 넘는 술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통주 교육 기관 및 대학에서 전문 지식을 갖춘 MZ세대가 속속 창업에 뛰어들고 있어요. 전통주 품질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고요.”

명 교수가 질과 양에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전통주를 맛있는 음식과 함께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요리주점 4곳을 소개했다.

명욱 숙명여대 교수

삼씨오화

“넓고 세련된 매장에서 고층 빌딩을 바라보며 마시다 보면 뉴욕에 온 듯한데, 술잔에는 전통주가 담겨 있는 독특한 주점입니다.”

서울 여의도에서 전통주와 제철 요리로 승부를 건 집이다. 가양주연구소 전통주 연구원 출신 오화진·박경삼 대표가 전국 내로라 하는 전통주 100여 종을 구비해놨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다 보니 요리가 자주 바뀌지만, 변치 않고 나오는 대표 메뉴 중 하나가 해삼 내장(고노와다)을 곁들인 광어와 참돔 모둠회다.

“편백나무에서 10시간 숙성해 감칠맛을 극대치로 끌어올리고 은은한 나무 향이 밴 생선회에 진하고 고소한 해삼 내장을 곁들이면 맛이 끝내줍니다. 여기에 잘 맞는 술은 역시 바다 내음을 품은 술, 제주도 오메기 맑은술이죠. 오메기는 제주말로 좁쌀인데, 오메기 맑은술은 이 좁쌀로 떡을 만들고 장기 숙성을 통해 빚은 프리미엄(고급) 전통주입니다.”

해삼 내장을 곁들여 먹는 광어·참돔 모둠회 6만원, 우럭탕수 6만원, 어육전 4만원.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83 오투타워 3층.

달빛보쌈

“35년 경력 주방장이 지리산 흑돼지로 만드는 보쌈과 유기농 쌀·누룩·효모만으로 빚은 막걸리가 기막힙니다. 낙지 한 마리가 통째로 올라간 해물파전과 매콤하고 진한 한우 차돌박이 들깨탕도 막걸리 안주로 최고죠. 전 요리는 충남 서산에서 구해온 어리굴젓을 함께 내주는데, 매콤짭짤한 젓갈을 전에 올려 먹으면 궁합이 그만입니다.”

김태영 대표를 비롯해 모든 종업원이 국내 유수의 주류 교육기관에서 공부한 주류 전문가들로, 전국 전통주 30~40종을 엄선해 낸다. 손님이 술을 가져가도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는 ‘코키지 프리(corkage free)’라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기도 하다.

지리산 흑돼지 보쌈 3만8000·4만8000·5만8000원, 해물파전 1만8000원. 한우 차돌박이 매콤 들깨탕 1만2000원. 서울 강남구 선릉로111길 8.

별주막

“주막을 영국 펍이나 프랑스 비스트로 같은, 한국 술 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진 주인들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환경 운동가 출신 서형원 대표는 자연을 지키기 위해 전국을 다니다 발견한 지역 술을 맛보게 됐고, ‘우리 술을 살리는 것이 환경을 살리는 길’이라는 깨달음을 얻어 주막을 열게 됐다. 과천 주민들이 편하게 찾고 아지트처럼 이용하는 ‘동네 막걸리집’. 낮에는 동네 사람들이 만든 협동조합 책방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하지만 식재료와 술 고르는 기준은 까다롭다. 수입 농수산물·화학조미료·유전자조작(GMO) 식재료로 만든 음식, 수입 쌀로 담근 술은 없다. 친환경·유기농 제철 식재료를 산지 직거래로 공수한다. “음식이 다소 투박해 보일 수 있지만,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맛을 살려 내놓습니다.”

낙지미나리전 2만2000원, 비단가리비구이 2만4000원, 박대구이 2만4000원. 경기도 과천 별양상가1로 37 신라상가 B1.

미러볼 밥술상

디스코 음악이 울리는 어두운 실내에 미러볼 조명이 빙글빙글 돌며 빨강·파랑·초록 불빛을 번쩍번쩍 비춘다. “식당 주인이 디스코의 흥겨운 느낌이 우리 막걸리와 유사하다고 판단해 가게 이름도 미러볼로 하고 분위기도 디스코클럽처럼 꾸몄답니다.”

디스코와 전통주라는 이색 만남처럼 음식도 한식과 양식, 퓨전이 재기 발랄하게 뒤섞였다. 대표 메뉴는 마늘구이보쌈과 트러플(송로버섯) 육회, 자연산 돌문어 숙회, 고등어 오일 파스타. 계절마다 달라지는 김치와 기본으로 나가는 백김치도 매력적이다.

명 교수는 “보쌈, 육회 등 고기 요리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빚는 ‘모월 연 맑은술’과 충남 예산에서 사과로 만든 ‘추사 40’ 브랜디를 추천한다”고 했다.

마늘구이보쌈 2만4000원, 트러플 육회 2만2000원, 자연산 돌문어 숙회 2만3000·3만5000원, 고등어 오일 파스타 1만6000원. 서울 양천구 신월로 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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