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달러 번 저커버그 왜 소득세 한푼 안낼까

조성민 2021. 4. 1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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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우리가 문명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다.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문명을 헐값에 사려고 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2018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소득은 40억달러로 추산되는데, 그는 이 소득에 대해 단 한 푼도 소득세로 내지 않았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왜 세금이 중요한지 사람들의 도덕관념에 호소하며 조세회피자들을 비난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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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뉴얼 사에즈·게이브리얼 저크먼/노정태 옮김/부키/1만9800원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이매뉴얼 사에즈·게이브리얼 저크먼/노정태 옮김/부키/1만9800원

“세금은 우리가 문명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다.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문명을 헐값에 사려고 한다.”

불평등은 현재 전 세계에 퍼진 감염병이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2018년 12월 여러 경제학자와 공동으로 펴낸 세계불평등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자산 상위 10% 계층이 글로벌 자산 70%를 차지하고 있다. 불평등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한다. 보고서는 1980년 이후 세계 하위 50%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에 그쳤고 상위 1%와 하위 50%의 소득격차는 1980년 27배에서 현재 81배까지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돈을 벌어들이는 불변의 명제 때문이다. 피케티는 자신의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경제성장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자본주의 아래에서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극심했던 지난해에도 고소득층의 지갑은 두꺼워졌고 서민들의 소득수준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결과가 쏟아졌다.

피케티는 이런 자본주의의 특징을 ‘세습자본주의’라고 불렀다. 자유시장 자본주의에서는 비민주적인 소수 지배가 생겨나고 부를 독점한 세력은 대를 이어 몸집을 불린다. 부의 세습을 끊어내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국가가 제도적 정비를 통해 부의 재분배에 나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2018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소득은 40억달러로 추산되는데, 그는 이 소득에 대해 단 한 푼도 소득세로 내지 않았다. 페이스북이 배당하지 않아 그가 대부분 자사주로 벌어들인 돈에 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고, 서류상 미국이 아닌 케이맨제도로 등록된 페이스북은 법인세를 낼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현재 자산규모가 6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부자들은 2008년 이래 매년 40%씩 재산을 불려왔으며 ‘합법적 탈세’를 권리처럼 행사해 왔다.

책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의 저자들은 정부가 부자들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우는 소리를 해대면서 그들이 내야 할 세율을 낮추는 패턴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소득을 올리는 400명에게 부과되는 소득세율은 23%, 이는 하위 50% 노동계급이 부담하는 25%보다도 낮다. 이 책의 제목은 이 같은 불공정한 상황을 함축적으로 전한다.

이 책의 핵심적인 주장은 누진적 소득세를 복원하는 등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저자들은 미국이 30여년 전만 해도 조세 정의의 희망을 보여주는 등불 같은 나라였다고 말했다. 90%에 달했던 최고 구간 소득세율로 거둬들인 재원은 공립대학에 투입해 지금까지도 세계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왜 세금이 중요한지 사람들의 도덕관념에 호소하며 조세회피자들을 비난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냈다. 조세 정의야말로 문명이 걸린 중대한 과업이라는 것을 모두가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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