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임대차법' 돌격대 자처했던 與초선들, 뒤늦게 반성문

이슬비 기자 2021. 4. 1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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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참패한 뒤에야 오만·내로남불 고개숙여
더불어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9일 오후 소통관에서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입장문 발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50여 명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회의장에서 긴급 회의를 열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선 4·7 재·보선 참패 원인을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 일부 의원은 “검찰 개혁에 빠져 민생에 소홀했다” “내로남불로 일관하며 오만했다”고 했고,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 국민 설득이 부족했다”는 등 자성(自省)이 쏟아졌다. 하지만 작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된 81명의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지난 1년간 “문재인 정권 지킴이”를 자처하며 조국 전 법무장관을 옹호하고 민주당이 임대차 3법 등을 강행 처리할 때 돌격대 역할을 했다. 보궐선거 참패 이후 뒤늦은 반성문을 냈지만, 일부 강성 지지층은 “내부 총질을 한다” “너희들 때문에 탈당하겠다”며 반발했다.

초선들은 모임 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당헌·당규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며 “의사 결정에 치열하게 참여하지 못한 점 반성한다”고 했다. 이낙연 대표 시절, 민주당이 당헌을 개정해 보궐선거에 후보를 낸 것에 침묵한 데 대해 반성한다는 취지였다. 이들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진심, 주어·목적어, 행동 없는 사과에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초선 의원들은 이른바 ‘검찰 개혁’을 내걸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었던 것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이들은 “검찰 개혁은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국민 공감대를 잃었다”며 “오만과 독선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이 개혁적 태도라고 오판했다”고 했다. 민주당 20·30대 초선인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은 이날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조 전 장관이 검찰 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했다. 이들은 또 민주당 일각에서 재·보선 참패 원인을 야당과 언론, 국민, 청년 탓으로 돌린 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 열사에 묵념하는 초선 50여명 - 더불어민주당 신현영(왼쪽부터), 양향자 의원 등 초선 의원 50여 명이 9일 서울 여의도 한 빌딩에서 4·7 재·보선 참패 이후 수습 방안과 관련해 긴급 회의를 갖기 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 열사를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이들은“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에 후보 공천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국회사진기자단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부동산 정책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초선 의원들은 작년 7월 민주당이 임대차 3법을 단독 처리할 때,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었다. 다만 이들은 부동산 정책 등과 관련해 “국민 설득 없이 추친되는 정책에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고 했다. 집값 폭등과 전세난을 불러온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민 설득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초선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나 친문 핵심 인사들을 지목해 반성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초선 모임 간사인 고영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초선 의원 모두가 의견 일치를 보긴 어려웠다”고 했다. 다만 일부 초선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친문 핵심들은 당대표·원내대표 선거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서울 지역 한 초선 의원은 “새 당대표·원내대표로 거론되는 사람들로 민주당의 변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당을 이끌었던 주요 인사들은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 대표 출마를 준비하는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언론이 친문 비문 편 가르기를 한다”라며 “정부 부동산 큰 방향과 기조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날 초선 회의장에도 청와대 출신인 고민정·윤건영 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초선들의 반성 움직임에 일부 친문 인사들은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라며 비아냥댔다. 김어준씨는 이날 김해영 전 의원이 선거 패인으로 ‘문 대통령·조국·부동산’을 언급한 것에 대해 “원래 선거에 가장 도움이 안 됐던 분들이 가장 도움이 안 될 말을 가장 먼저 나서서 한다”며 “이분들 말대로 하면 망한다”고 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초선들은 공천 탈락시켜야 한다” “내부 총질 하라고 180석 만들어줬냐”는 글도 올라왔다. 이 같은 반발에 일부 초선 의원들은 “조국 잘못이라고 말한 게 아닌데 왜곡됐다”며 하루도 안 돼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라디오에서 “강성 지지층한테 끌려다니면 당이 오그라들게 돼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이런 행태가) 중도로 하여금 밥맛 떨어지게 만들었다”고 했다. 강성 지지층인 ‘대깨문’과 거리를 둬야 민심에 다가설 수 있다는 ‘대깨문 손절론'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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