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형 지주회사, 투자기업 실적따라 꼬리가 몸통 흔들수도

이성훈 기자 2021. 4.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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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신산업 찾아 지분 투자.. 단기 수익에만 치중할 수도

지난 1월 7일 SK그룹 지주회사인 SK㈜와 SK E&S는 미국 수소 회사 플러그파워에 각각 8000억원씩 총 1조6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SK그룹은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확보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그 직후 플러그파워 주가는 주당 66달러로 급등해 SK의 주당 취득가액(29달러)보다 2배 이상이 됐다. SK그룹은 투자 발표 닷새 만에 보유 지분 가치가 2조원 넘게 늘어났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달, 플러그파워는 “회계 장부상 오류를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그러자 1월 중순 75달러까지 치솟았던 플러그파워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8일(현지 시각) 주당 32.6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플러그파워 주가가 춤을 추는 동안 국내 SK㈜ 주가 역시 함께 출렁였다.

재계 인사는 “투자형 지주회사의 경우, 대규모로 투자한 기업의 실적에 따라 주가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지주회사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 투자한 회사의 주가가 급락한다고 해도 달리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잘못 투자했다가는 꼬리(해외 투자회사)가 몸통(그룹 전체)을 흔드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투자형 지주회사가 돈을 굴려 눈앞의 수익을 내는 데만 급급해 그룹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 수립이나 기술 축적, 기존 주력 사업 관리 등 본연의 업무를 등한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10대 그룹 고위 임원은 “대기업들이 수소·전기차 배터리 소재처럼 이른바 ‘뜨는 신산업'에 지분 투자를 하면서 주가 상승에 따른 단기 수익을 올리는 데 치중하는 모습도 있다”면서 “지주회사는 그룹이 10년, 20년 뒤 먹고살 수 있는 큰 전략을 짜고 기술력과 자체 경쟁력을 내재화하는 일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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