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마당 봉쇄 시도 석달만에.. 주민 반발 심해 포기했다
북한이 풀뿌리 시장경제 역할을 하는 장마당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경제난 악화와 내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통제를 완화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와 관련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고난의 행군’은 1990년대 중·후반 수십~수백만명의 주민이 아사(餓死)할 정도로 경제·식량난이 극심했을 때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내놓은 구호다. 대북 제재 장기화와 과도한 코로나 방역 조치로 북한 내 경제난과 주민 불만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당대회 직후 장마당 금지 조치를 시도하다 경제난 악화와 이에 따른 내부 반발이 심해지자 다시 시장을 재개하는 방향으로 틀었다”고 전했다. 시장 통제를 강화해 외부 문물 유입·확산을 막으려 했지만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서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 경제는 대북 제재에도 버티기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코로나 국경 봉쇄로 숨통이 끊어지기 직전에 도달하면서 내부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코로나로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북중 공식 교역액은 전년 대비 80.67% 감소한 5억3905만 달러(약 5939억원)에 그쳤다. 올해 북한이 계획한 예산 수입·지출 증가율도 2002년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식료품 등 일부 수입 품목이 품절 현상을 보이고, 식량 상황도 어렵다고 한다. 대북 소식통은 “매년 550만t의 식량이 필요한데 작년에 430만t 생산으로 120만t 정도가 부족하다”며 “오는 7월쯤이면 비축한 식량이 바닥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른 북한 내부의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 같은 위기 때문에 이달 말부터 북중 국경 봉쇄를 일부 완화하는 조치를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고난의 행군’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8일 당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현재 어느 부문, 어느 단위나 조건은 대단히 어렵고 없는 것도, 부족한 것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어디에 기대를 걸거나 바라볼 것도 없다”며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했다. 김정은은 또 “새 세대들의 사상·정신 상태에서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며 청년들의 옷차림과 언행 등을 당세포가 통제할 것을 주문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유성옥 진단과대안 연구원장은 “식량난과 불만이 겹치면서 ‘고난의 행군’이라는 초강경 표현으로 주민들의 기대치를 낮춘 것”이라며 “그러는 한편 국경 및 시장에 대한 일부 완화 조치를 통해 주민들의 마음을 다독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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