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미래를 위한 트레이닝

김지연 전시기획자·d/p 디렉터 2021. 4. 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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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요나스 스탈, 미래를 위한 트레이닝, 2019, 2021 ⓒJonas Staal

계획은 불확실해서 희망적인 미래의 가능성을 지지하는 한편, 불확실해서 두려운 미래를 예측 가능하게 붙잡는다. 미래를 향하는 계획은 현재의 ‘욕망’ 같은 것에서 출발해서 현재의 면면을 전면수정하거나, 지속하거나, 공고히 한다. 미래는 누군가의 예측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지로 결정된다.

2018년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100여개의 신기술을 모아 ‘미래는 여기서 시작된다’는 제목의 전시를 열었다. 근미래의 풍경을 상상하는 이 전시는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 ‘민주주의는 여전히 작동하는가’ ‘누가 영원히 살고 싶은가’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미래를 향해 내가 원하는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 현재의 기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의 장을 펼쳤다.

예술과 민주주의, 프로파간다의 관계를 다루는 요나스 스탈은 이 전시에서 자치정부를 선포한 쿠르드지역의 로자바 민주자치행정부국가를 위한 국민의회 건물을 세우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다. 국가 없는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는 이들의 희망찬 목소리가 민주주의의 미래를 되묻는다.

글로벌 위기가 증가하는 시기를 거치면서, 디스토피아가 미래를 예측하는 표준으로 자리잡았다고 진단한 요나스 스탈은 일종의 유토피아적 훈련 캠프를 만들었다. 캠프에 참여한 관객들은 미래학자, 해커, 초국가주의자, 연출가, 예술가 등으로 구성된 트레이너에게 현재의 위기에 대한 대안을 찾는 훈련을 받는다. 훈련의 출발은 현재의 위기에 대한 정의와 진단이다. 2019년 시작한 이 캠프가 올해 3월에는 로자바, 아르헨티나, 필리핀, 미국 등 8개국에서 열렸다. 이들이 설계한 동시대의 위기를 넘어서는 대안들이 궁금하다.

김지연 전시기획자·d/p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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