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195] 10년이 지난 후

백영옥 소설가 2021. 4.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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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부터 개정판 작업을 하고 있다. 10년 전쯤의 책이니 원고는 그 이전부터 썼던 것이다. 원고를 고치며 10년의 세월을 통과한 몸과 마음, 특히 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깨달았다. 한편으로 완고하게 낡아갔고, 다른 한편 유연하게 성숙해졌다. 개정(改正)이라는 말은 바르게 고친다는 뜻이다. 과연 원고를 10년 만에 고치며 살펴보니, 내 생각 이외에 세상의 기준 또한 많이 달라져, 고쳐야 할 것이 많았다. 그렇다고 당시 내가 품었던 생각이 틀렸던 건 아니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 나를 둘러싼 세상의 변화에 가까웠고, 나아가 그 세상의 시공간을 통과한 내가 바뀌었다는 뜻이었다.

짧게는 일이 년, 길게는 몇 십 년 만에 우연히 지인을 만날 때가 있다. 예전에는 그렇게 멋있고 큰 사람으로 우러러보던 존재가 그때의 그 사람이 아니라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고, 반대로 그때는 몰랐으나 가까이에서 다시 보니 내적으로, 외적으로 닮아가고 싶은 사람이 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변화된 판단은 물론 상대의 영향도 있지만, 내 시선과 기준이 과거에 머물지 않은 탓도 있다.

시간은 많은 걸 바꾸어 놓는다. 세월을 비껴가 변함없이 한결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세월을 그대로 관통해 몸과 마음에 진한 삶의 무늬가 새겨진 사람도 있다. 살아보니 변해서 좋은 때도 있고, 변하지 않아서 좋은 경우도 있다. 굳이 선택하라면, 나는 변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제보다는 오늘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내일이 기대되는 사람으로 말이다.

주철환의 책 ‘오블라디 오블라다’에는 “세상은 불공평해도 세월은 공평하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인생은 흘러간다. 누구에게나 일용할 하루 24시간이 공평히 주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공평하게 주어진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평등하지 않다. 공평과 평등은 언뜻 비슷해 보이나, 다른 개념인 것이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결국 지금의 나는 내가 평생 해온 모든 선택의 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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