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노랫말 속 신부의 마음, 어머니의 마음
각국 풍습 따라 1박2일 축제 진행
민요에 담긴 딸과 엄마의 애절함
설마 팬데믹 탓 사라지진 않겠지
팬데믹 시대, 코로나가 바꿔 놓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경조사에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관혼상제 형식도 커다란 변화를 맞이한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마음대로 조문을 갈 수 없는 시대가 되다 보니, 상주들도 아예 전자 부고장에 조의금을 보낼 수 있는 계좌를 함께 적어서 보내곤 한다. 결혼식을 비롯한 경사 역시 참석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일 년 넘게 미루고 미루던 결혼식을 4월을 기점으로 확정한 예비부부들도 꽤 많다고 한다. 사람들이 마음을 나누고 축하하는 아름다운 문화가 코로나 때문에 변화하는 중인 것 같아 안타깝다.
세계 각지에 전해 내려오는 민요 가운데에는 이런 결혼식 장면을 엿볼 수 있는 노래가 많이 있다. 그리스 민요 가운데에는 ‘이리 오세요 나의 어머니(Evga Mana Mou)’라는 노래가 있다. 결혼식 피로연 때 신부가 어머니에게 부르는 노래다. 피로연이 한창 벌어지는 도중, 사회자가 하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뒤 신부와 신부의 어머니를 불러낸다. 그리고 신부에게 노래를 시키는데, 이때 신부가 그동안 키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노래로 마음을 전하는 구구절절한 내용을 담고 있다. 순간 시끌벅적한 피로연은 신부의 노래에 집중하느라 잠시 적막이 흐른다. 그리고 당연히 여기저기서 친정어머니를 비롯해 눈물바다를 만드는 가족들을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신부의 노래가 끝나면 다시 왁자지껄 피로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비나 야나투(Savina Yannatou)가 지중해 여러 나라의 민요를 모은 2005년도 음반 ‘수밀리아(Sumiglia)’에서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결혼식 피로연에서 친정어머니가 곱게 차려입은 딸을 바라보며 축가 비슷하게 부르는 노래도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전해 내려오는 ‘요르 요르(Yor-Yor, 또는 Yer-Yer로 표기)’라는 노래인데, 제목은 보통 ‘신부를 위한 노래’로 번역한다. 가사는 ‘금지옥엽 내 새끼, 이제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잘 먹고 잘 살아라’ 하는 내용인데, 부르는 가수에 따라 통곡에 가까울 정도로 애절한 무나잣 율치예바(Munadjat Yulchieva)의 레코딩도 있고, 월드뮤직의 인기에 편승해 서구 대중음악 스타일로 접근을 시도한 세바라 나자르한(Sevara Nazarkhan)의 2000년대 초반 레코딩도 있다. 물론 우즈베키스탄의 오래된 민요이다 보니, 아무래도 우즈베크 사람들이 인간문화재로 칭송하는 무나잣 율치예바의 노래로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처음 들을 때에는 귀곡성에 가까운 낯섦이 신경 쓰이지만, 애지중지 키운 딸아이를 시집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애절함이 돋보이는 노래다. 코로나가 끝나지 않은 지금, 그리스에서든 우즈베키스탄에서든 신부의 어머니나 신부의 마음을 하객들에게 전하는 아름다운 노래 유산이 설마 없어지는 건 아닐까 노파심이 드는 봄이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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