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는 심장에 활로 여는 관상동맥우회술

박효순 기자 2021. 4. 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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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부위 뒤로 피 잘 흐르도록
새 혈관 연결해 주는 우회술
당뇨 심각·합병증 있을 때 권고
움직이는 심장의 미세혈관 접합
경험 많은 의료진 찾는 게 중요

[경향신문]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관상동맥)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 혈관이 좁아져 심장 근육에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못해 조이는 증세나 통증을 느끼게 된다. 혈관이 완전히 막혀버리면 돌연사(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심근경색에까지 이르게 된다. 극심한 통증으로 가슴을 움켜쥐면서 쓰러지는 심근경색은 골든타임이 불과 몇 분에 불과한 초응급질환이다.

심근경색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5년 8만7984명에서 2019년 11만801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병원에 도착하기 전 사망하는 경우가 많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도 치명적인 후유증을 겪거나 일부 사망한다.

조상호 교수가 막힌 심장혈관을 개통하는 수술법을 설명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조상호 교수에 따르면, 심근경색을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우회술(우회술) 두 가지가 있다. 스텐트 시술을 하기 어려운 경우 우회술을 빨리 받아야 한다. 스텐트 시술은 허벅지나 손목에 있는 동맥으로 가는 관을 넣어 좁아진 혈관을 풍선을 이용해 확장하고 스텐트를 삽입하는 방법이다. 수술에 비해 전신 마취가 필요 없고, 시술 시간이 1~2시간 이내이며, 기술 발전으로 최근 많이 시행되고 있다. 우회술은 막힌 부위 뒤쪽으로 피가 잘 흐를 수 있도록 새로운 혈관을 연결해 주는 수술이다. 흉골 가장자리 안쪽의 내유동맥이나 상지의 요골동맥, 하지의 복재정맥 등을 이용한다.

조 교수는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우회술 모두 장단점이 있어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관상동맥 3개 중 여러 혈관에 협착이 있거나, 한 개의 혈관이라도 중요한 부위에 심각한 협착이 있는 경우, 재협착률이 높은 부위가 막힌 경우, 과거 스텐트 치료를 했는데 재발했거나 스텐트를 시도했지만 기구가 들어가기 어려운 위치에 병변이 존재하는 경우, 당뇨가 매우 심해 혈관 변성이 광범위한 경우, 심근경색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등에는 우회술이 권고된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우회술을 인공심폐장치를 이용, 체외순환을 통해 심장을 정지시키고 진행했다. 하지만 인공심폐장치 가동과 이에 따른 심장 정지에는 전신 염증 반응이나 수술 후 출혈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인공심폐장치를 이용하지 않고 심장이 뛰는 상황에서 수술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를 ‘무심폐기 관상동맥우회술’이라고 한다.

움직이는 심장의 미세혈관을 접합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고 실력이 뛰어난 흉부외과 의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 근육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근육이 괴사하고 심해지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증상으로는 가슴이 조이는 느낌, 칼로 베는 것 같은 통증, 답답함 등이 나타난다. 체한 것 같은 느낌, 피부에 고춧가루를 뿌린 것처럼 따가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협심증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통증이 사라지지만 심근경색은 5분 이상 통증이 계속된다. 빨리 119를 부르는 것이 상책이다. 우회술을 받아도 음주, 흡연, 과식, 운동 부족 같은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혈관에 다시 콜레스테롤이 쌓여 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생활습관 개선이 필수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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