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는 나눠 먹지 마세요 [의술인술]

황춘하 국립중앙의료원 비뇨의학과 전문의 2021. 4. 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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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얼마 전 50대 남성이 갑작스러운 의식불명을 이유로 응급실로 내원했다. 5년째 심장약을 복용 중이었던 이 환자는 응급처치 후 안정을 되찾았다. 그는 의식불명이 된 원인이 친구가 나누어준 발기부전 치료약 때문에 발생한 급성저혈압이라는 설명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환자는 친구에게 자신의 발기부전 증상에 대해 이야기했고, 친구가 품에 지니고 있던 약을 권유하자 별 의심 없이 복용하고 나서 큰 고초를 겪은 것이다. 그 친구는 아마 심장약과 발기부전 치료제 병용 시 부작용에 대한 의사의 설명을 잊었을 가능성이 높다.

1998년 경구 복용 발기부전 치료약이 미국에서 개발되었다. 국내에는 1999년 출시되었다. 이러한 치료약은 그동안의 발기부전 치료방법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복잡한 검사 없이 한 알의 약으로 남성들의 고민이 해결되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2012년에는 외국계 제약회사의 경구 복용 발기부전 치료약 특허가 만료되면서 국내 제약회사 생산 제네릭(복제약) 제품이 출시되었다. 약가는 저렴해졌고 성인 남성들이 경험할 수 있는 더 좋은 환경이 된 것이다. 이후 단순한 알약 형태 이외에 필름형, 과립형, 츄잉형 제품들이 나왔다. 최근 배뇨장애 개선 효과까지 입증되면서 발기 및 배뇨장애 개선효과가 있다는 복합제형의 약도 이용하는 게 가능해졌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경구 복용 발기부전 치료약이 의사의 진료 후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인 것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저 친구끼리 나눠 먹는 영양제쯤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오·남용으로 생각지도 못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위의 예와 같이 경구 복용 발기부전 치료약은 심장약(질산염 또는 산화질소제제)과 병합 복용하면 저혈압성 쇼크사의 가능성이 있어서 ‘절대 병합 금기’ 약물에 해당한다. “심장약과 함께 먹었는데 괜찮더라” 하는 분도 있으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행동으로 ‘단 한 번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약물적인 부작용뿐만 아니라 사회적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가짜 복제약 등이 판을 치게 되면서, 불법 거래가 횡행한다. 공중화장실, 공원, 심지어 병원 내에까지 가짜 복제약을 광고하는 스티커가 난무하고 있다. 클릭 몇 번만으로 주문을 할 수 있는 광고까지 인터넷에 나온다. 중국에서 제조기계를 수입해 국내에서 대량으로 가짜 약을 불법 제조한 사람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가짜 약을 복용하고 효과가 좋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허가되지 않은 가짜 약들은 성분을 알 수 없고 용량도 천차만별이라 인체 내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가 없다. 대개 가짜 약들은 비위생적이고 각종 세균과 곰팡이 등에 오염된 환경에서 제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경험한 환자 중에는 가짜 약을 임의 과다 복용해서 발기지속증(발기가 이완이 되지 않아 발기 조직이 괴사되는 병)이라는 응급질환으로 내원한 환자도 있었다. 꼭 기억하자. 의사는 경구 복용 발기부전 치료약을 처방할 때 적절한 문진을 통해 복용 방법과 부작용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한다. 환자는 이런 주의사항을 항상 숙지해야 한다. 콩 한 알을 나눠 먹는 친구 사이라도 경구 복용 발기부전 치료제는 절대 나누지 말기를 바란다.

황춘하 국립중앙의료원 비뇨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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