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에 굴복한 국민연금, 국내주식 보유한도 높였다

이경은 기자 2021. 4. 9. 22: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보유 비중 목표치를 재조정하면서 올 초부터 순매도를 이어온 국민연금의 매도세가 진정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9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전체 자산 중 국내 주식 비율을 현행 기준보다 높이기로 결정했다. 현재는 전략적 자산 배분을 고려한 국내 주식 비중 허용 범위가 목표치(16.8%)의 ±2%인데 ±3%으로 1%포인트 확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의 전략적 자산 배분 국내 주식 허용 한도는 14.8~18.8%에서 15.8~19.8%로 바뀌게 된다. 3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19.1%로 추정되므로, 허용 범위 내에 들어가게 된다. 기금운영위원회 위원장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4개월 연속 허용 범위 이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장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16조 연기금발 매도 쓰나미 잠잠해질 듯

국내 증시에서 855조원을 굴리는 큰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1월 말 기준 21.2%로, 올해 말 목표치(16.8%)를 크게 웃돌고 있다.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하면서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이 정해져 있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올들어 16조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의 발목 잡는다’면서 비난했고, 국민연금은 여론에 밀려 10년 만에 처음으로 허용 한도 조정에 나서게 됐다.

이번 기금위 결정의 핵심은 국내 주식투자 비중 목표치(16.8%)는 건드리지 않는 대신,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2%→±3%)를 조정한 것이다. 전술적 자산 배분 한도는 현행 ±3%에서 ±2%로 조정 축소해 국내 주식의 총 허용 범위는 ±5%가 유지됐다.

원칙적으로 국민연금은 목표치의 ±5%까지 자산 보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략적 자산 배분 허용 범위(±2%)를 넘기게 되면 기금위에 보고해야 하는 등 제약이 많아서 실무선에서는 ±2%를 기준으로 주식 비중을 조절해 왔다.

◇국내 주식 비중, 4개월 연속 허용 범위 이탈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 지침에 따라 전체 자산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올해 말 16.8%로 맞춰야 한다. 지난 1월 말 전체 적립금 855조원 중 국내 주식은 180조원으로 21%에 달한다.

여전히 목표치 대비 높은 수치이므로 2~3월에도 국민연금은 주식을 연일 팔았다. 이에 지난 3월 말에는 국내 주식 비중이 19.1%까지 낮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원래 지침대로라면 18.8%까지 낮춰야 해서 2조6000억원 가량 추가로 더 처분해야 하지만, 기금위의 이번 투자 비중 상한 확대 결정으로 더 이상 팔지 않아도 된다.

반면 기금위의 이번 결정이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자산 비중을 줄여나가겠다는 대원칙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주식 투자 상한은 19.3%(17.3%+2%)였는데, 이번 결정으로 올해 말 목표치는 19.8%(16.8%+3%)까지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기금 규모가 갈수록 커지기 때문에 국내 주식 보유는 축소가 해답”이라고 입장을 밝혔었다.

◇동학개미 요구에 이례적인 조정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국내 주식 매도 압력을 낮추기 위한 안건을 논의했지만 4.7 재보궐 선거를 의식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선거가 끝난 뒤 열린 이날 회의는 리밸런싱(목표 비중 조정)에 대해서만 논의하는 ‘원포인트 회의'였다. 기금위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국민연금의 줄매도에 대해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인 행동’이라며 비판해 온 개인 투자자들은 기금위의 이번 결정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코스피가 더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투자자 A씨는 “국민 노후 자금을 굴린다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무차별 매도해 수급이 영향을 줬는데 앞으로 이런 매도세가 잠잠해 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하지만 당장 다음 달 3일부터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제도가 시행된다고 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