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놀음의 진화..'별별 선발' 다 있다
[경향신문]
‘5이닝 이상 책임’ 옛말 된 지 오래
1~2회만 던지는 ‘오프너’ 정착
다른 두 유형 한조로 묶는 ‘탠덤’
젊은 투수 부담 줄이고 경험 쌓기
5선발 ‘돌려막기 로테이션’도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가장 중요한 선수는 선발 투수다. 야구는 상대의 아웃카운트 27개를 효과적으로 잡아내는 승부다. 선발 투수가 5이닝(아웃카운트 15개) 이상, 7이닝(아웃카운트 21개)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면 승리 확률은 부쩍 높아진다. ‘전통적 선발 투수’는 5이닝 이상을 막아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의 기록에 ‘퀄리티 스타트’라고 이름 붙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선발 투수’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2018년 메이저리그 탬파베이는 불펜 투수(때로 마무리 투수)를 1회에 등판시켰다. 1회나 2회까지만 던지고 다음 불펜 투수를 등판시켰다. 8~9회를 막아내나, 1~2회를 막아내나 똑같은 아웃카운트라는 계산이다. 탬파베이의 실험에는 ‘오프너’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제는 메이저리그는 물론 KBO리그에서도 효과적인 전략이 됐다.
2021시즌에는 또 하나의 전략이 등장했다. 투수 2명이 선발 투수 역할을 나눠맡는 ‘탠덤(tandem·협력)’ 로테이션이다. 텍사스는 올시즌 4~5선발 자리에 ‘탠덤 로테이션’을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데인 더닝, 조던 라일스 등 젊은 투수들의 탠덤 로테이션으로 시즌을 치른다. 마이너리그에 내려가 있는 양현종이 빅리그에 오를 경우 탠덤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다저스 역시 더스틴 메이, 토니 곤솔린 등 젊은 투수들의 선발 등판 때 베테랑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뒤에 대기시키는 변형 탠덤 로테이션을 활용한다.
‘탠덤 로테이션’은 완전히 새로운 전략은 아니다. 수년 전부터 마이너리그에서 젊은 투수들의 이닝 부담을 줄이면서도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한 방식으로 자주 사용됐다. 탠덤 로테이션은 서로 다른 유형의 두 투수를 한 조로 묶음으로써 효과를 높인다. 왼손 투수와 오른손 투수를 묶거나, 포심 하이패스트볼을 주무기로 하는 투수와 투심 싱커가 주무기인 투수를 한데 묶는 방식이다. 투수는 타자와 자주 만날수록 불리하다는 점도 고려된다. 탠덤 투수는 타자를 2번까지만 만나도록 이닝이 조정된다. 형식적으로 4~5선발이지만 뛰어난 선발 투수 사이사이에 배치하는 것이 불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에이스급 선발들이 나왔을 때는 불펜 투수를 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KBO리그에서도 맷 윌리엄스 KIA 감독과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올시즌 탠덤 로테이션을 활용한다. KIA는 김현수, 이의리, 임기영 등을 3~5선발로 결정했지만 이민우, 장현식, 이승재 등이 바로 뒤에 대기한다. 한화는 우완 김이환-좌완 박주홍, 우완 문동욱-좌완 임준섭을 묶는 탠덤 로테이션을 사용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60경기만 치른 후유증을 걱정하고 있다. 긴 이닝을 던진 투수가 없어, 갑자기 올시즌 투구 이닝이 늘어날 경우 부상 우려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탠덤 로테이션 외에도 LA 에인절스, 시애틀, 피츠버그는 6인 선발 로테이션을 준비했다. 각 선발 투수들의 한 시즌 총 이닝 수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다. 오클랜드 밀워키 등은 4선발까지 고정시킨 뒤 5선발을 바꿔가며 쓰는 ‘돌려막기 로테이션’을 활용하기로 했다.
오프너 전략, 탠덤 로테이션 등 ‘변형 선발’의 가장 큰 문제는 선발이 5이닝을 채우지 못하면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미 투수의 ‘승리’ 기록은 투수 평가 가치에서 순위가 뒤로 밀렸다. 투수의 기록으로 보기에는 개입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투수의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연하게도 팀의 승리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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