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살인 일주일 전부터 범행 준비했다

최민지 기자 2021. 4. 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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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세 모녀 살인' 검찰 송치
피해자 주거지 맴돌며 스토킹
인터넷서 범행 방법 검색해
호송 전 무릎 꿇으며 "사죄"
취재진 요청에 마스크 벗기도

[경향신문]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태현이 9일 검찰로 송치되기 전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와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태현(25)이 “피해자인 큰딸 A씨를 살인하는 데 필요하다면 A씨 가족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일주일 전부터 범행을 준비했으며, 피해자 주거지 인근을 한 차례 방문하는 등 스토킹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9일 이 사건을 서울북부지검에 송치한 뒤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씨와 A씨는 지난해 온라인게임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카카오톡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고 지난 1월 강북구 모처에서 처음 만나 함께 게임을 했다. 이후 둘이 한 차례, 게임에서 만난 지인 등과 함께 한 차례 등 총 3차례 오프라인에서 만났다.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진 것은 지난 1월23일 김씨와 A씨, 지인 2명과 함께 만난 식사자리에서였다. 경찰 관계자는 “당일 김씨와 A씨 사이에 다툼이 있었고 그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고 보고 있다”며 “A씨가 김씨의 연락을 차단하고 만나주지 않자 화가 나고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후 김씨의 스토킹이 시작됐다. 김씨는 다음날인 1월24일 A씨 거주지 인근을 찾아갔다. 또 타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A씨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김씨는 “게임을 할 때 A씨와 마음이 잘 맞았고 연인관계로 발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경찰 조사에서 주장했다.

김씨는 사건 약 일주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잘 쓰지 않던 아이디와 닉네임으로 다른 사람인 것처럼 속여 A씨와 게임을 하면서 A씨의 (직장) 근무 일정을 확인했다.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인터넷에서 범행 방법 등도 검색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사건 당일 A씨 거주지 인근 PC방에 잠시 들러 화장실을 이용한 뒤, 마트에서 범행 도구인 흉기를 훔쳤다. 이후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피해자들의 자택에 침입한 뒤 혼자 집에 있던 A씨의 여동생과 뒤이어 귀가한 어머니, A씨를 차례로 살해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당시 대상을 정확하게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A씨를 살해하는 데 필요하다면 가족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김씨에게 살인과 절도,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지속적 괴롭힘),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서울북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호송 전 포토라인 앞에 선 김씨는 “살아있다는 것도 제 자신이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 말씀 드리고 싶다”며 무릎을 꿇었다. 지난 5일 신상이 공개된 김씨는 당초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나 취재진이 ‘마스크를 벗을 생각이 있냐’고 묻자 마스크를 내려 얼굴을 보였다.

경찰은 이날부터 김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앞서 두 차례 진행된 프로파일러와의 면담 기록을 토대로 정밀 분석을 거친 뒤 사이코패스 여부를 가릴 계획이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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