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질환 시름 환경미화원..'폐기능 장애' 광부 보다 높아

허효진 2021. 4. 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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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올림픽 열기로 뜨거웠던 1988년 여름, 영등포 뒷골목 작은 온도계 공장에서 일하던 17살 중학생 노동자가 쓰러져 숨집니다.

사인은 수은 중독..

우리 사회에 직업병의 위험성을 일깨워준 이른바 '문송면 사건'입니다.

그 후로 우리의 일터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2004년 경기도 화성에서 노트북 얼룩 제거 작업을 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의 집단 하반신 마비 사건, 2016년 부천과 인천에서 발생한 노동자 집단 실명 사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충격적인 직업병 실탭니다.

KBS는 지난해 <일하다 죽지않게> 연속 보도를 통해 산재 사망사고의 심각성을 고발했습니다.

이제 일하다 죽지않게를 넘어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노동자였다 지금은 환자가 된 이들.

"과연 이들의 질병은 어디서 왔는가?" 이 질문을 던져보려고 합니다.

KBS 연속기획 '안전한 일터, 건강한 노동을 위해', 오늘(9일)은 첫 순서로 폐암에 시달리고 있는 환경미화원의 문제를 심층 보도합니다.

먼저 허효진 기잡니다.

[리포트]

전남 순천에서 27년 동안 환경미화원으로 일한 서필원 씨.

피곤해서 그런 줄만 알았던 어지럼증이 알고보니 폐암 때문이었습니다.

[서필원/前 환경미화원/경력 27년 : "(차에) 몇시간을 매달리고 가는데 매연도 많이 마시고 그랬죠. 아주 무서웠죠. 제가 폐암이 걸렸으니까 무서웠습니다."]

주변에서 하나둘 폐암으로 쓰러지는 동료들을 볼 때마다 두려움은 더욱 커져갑니다.

[서필원/前 환경미화원/경력 27년 : "○○씨라고 돌아가셨어요. 폐암으로 (동료) 둘 다 죽었어요. 그 뒤에 또 (폐암 진단 받은) 여러 사람들이 나왔죠. (사망 소식 접할 때마다) 많이 힘듭니다. 힘들었어요."]

KBS가 입수한 정부의 환경미화원 폐검사 보고서입니다.

인천·안산·대전지역 환경미화원 288명 가운데 폐기능 장애가 56명, 거의 20% 가까이 됩니다.

일반인의 19배가 넘고, 광산 근로자 같은 광물성 분진 노출자보다도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류현철/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 : "환경미화 노동자들분이 갖고 있는 폐기능의 장애 수준 자체가 굉장히 분진이 많이 날리고 열악한 조건에서 일했던 분들의 검사 결과보다 더 안 좋게 나왔다, (이들보다) 더 높은 폐질환 위험을 안고 현재 노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환경미화원의 폐질환 위험에 대해선 여전히 경각심이 낮은 게 현실입니다.

[문길주/전남노동권익센터장 : "환경미화원들이 폐암이 있는지 저희들도 몰랐습니다. 근골격계 조사를 하는 도중에 '암에 걸렸다' 이런 분들의 상담이 들어왔습니다. 조사를 해 보니 디젤 물질, 흔히 말하는 매연에서 나오는 이 부분(발암물질)들이 매우 연관성이 있다.."]

공동체의 위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환경미화원, 사회의 무관심 속에 일하다 걸린 폐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촬영기자:김상하 허용석/영상편집:한효/그래픽:김현석

허효진 기자 (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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