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억류' 한국 선박·선장 95일 만에 풀려나

정부 "건강 양호.. 이상 없이 출항"
이란 "선장 등 과거 위법 없어 석방"

지난 1월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케미호.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란에 억류됐던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와 선장이 95일 만인 9일 풀려났다.

외교부는 이날 “이란 반다르아바스항 인근 라자이항에 묘박(정박) 중이던 우리 국적 선박과 동 선박의 선장에 대한 억류가 오늘 해제됐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선장의 건강은 양호하며, 화물 등 선박의 제반 상황도 이상이 없다. 선박은 현지 행정절차를 마치고 이날 오전 10시 20분(한국시간) 무사히 출항했다.

이란은 지난 1월 4일 호르무즈해협 인근 해역을 항행하던 한국케미호와 한국인 5명을 포함한 선원 총 20명을 해양 오염 혐의로 나포했다. 이 중 19명은 지난 2월 2일 석방했으나, 사법절차를 이유로 선장과 선박은 남겨뒀었다.

이란은 공식적인 억류 이유로 해양 오염을 들었으나, 정부는 미국의 이란 제재로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원화 자금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외교부는 동결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이 이번 석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곧 이란을 찾아 하산 로하니 대통령 등 이란 주요 인사를 만나는 것도 이번 억류 사건과 무관치 않다. 총리실은 정 총리가 11∼13일 1박3일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해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란 외무부 사이드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국영 IRNA통신과 인터뷰에서 “조사 결과 선박과 선장이 과거 지역 내에서 위반 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사법부가 석방을 결정했다”며 한국 정부와 선주 측의 진지한 석방 요청도 이유로 언급했다.

원재연 선임기자 march2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