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에도 사용된 '유전자 편집 기술'..희망과 위험의 두 얼굴 [정은진의 샌프란시스코 책갈피]

정은진 샌프란시스코대학 부교수 2021. 4. 9. 20: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미래

[경향신문]

월터 아이작슨
<코드 브레이커 : 제니퍼 다우드나, 유전자 편집, 인류의 미래>

<코드 브레이커: 제니퍼 다우드나, 유전자 편집, 인류의 미래>는 3세대 유전자 편집 기술인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한 공적으로 202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제니퍼 다우드나 버클리대 교수의 전기로, 스티브 잡스 전기로 잘 알려진 월터 아이작슨이 쓴 책이다.

책은 크게 3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반에서는 주인공인 제니퍼 다우드나의 생애를 따라가며 mRNA 백신 개발까지 이어지는 과학 발전의 역사를 설명한다. 중반에는 제니퍼 다우드나 그룹과 브로드연구소의 펑 장 그룹 간 특허전쟁을 다루고, 후반에는 유전자 가위 기술의 응용 가능성을 희망과 위험성 양쪽 모두에서 다룬다. 책을 다 읽고나면 제니퍼 다우드나보다는 유전자 편집 기술과 관련 산업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위 관련 인물들과 배경이 되는 과학기술 설명이 자세하게 담겨 있다.

백신의 원리는 시험 전에 연습문제를 푸는 것과 비슷하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에 맞서 몸이 싸워 이기기 위해 필요한 항체를 만드는 법을 미리 가르쳐준다. 바이러스를 죽거나 약화된 상태로 투여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mRNA 백신은 바이러스의 일부분과 비슷한 단백질을 몸 안에서 생성하게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표면에 왕관 모양의 돌기가 있어 왕관이라는 뜻의 라틴어 ‘코로나’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mRNA 코로나 백신은 이 돌기 부분과 닮은 단백질을 만들게 한다. 제니퍼 다우드나가 크게 기여한 유전자 가위 기술이 이 mRNA 코로나 백신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책 표지의 알파벳들은 이 돌기 모양의 단백질을 생성하게 하는 RNA의 일부이다.

유전자 가위, 유전자 편집 기술은 백신뿐만 아니라 많은 의학 분야에서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암세포의 돌연변이를 탐지하거나 여러 가지 바이러스들을 동시에 탐지하는 진단키트가 개발되고 있고, 낫형 적혈구 빈혈 치료에 유의미한 임상결과를 보였다. 헌팅턴병 같은 유전자 변이에서 비롯되는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려는 시도도 가능하다.

‘코드’는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는 단어다. 이 책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가리키는 ‘코드’와 유전자 ‘코드’를 비교하면서,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발전이 가져온 정보산업혁명에 이어 유전자 조작기술과 응용이 가져올 바이오테크놀로지 혁명을 예견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프로그래밍과 유전자 조작에는 큰 차이가 있다.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으면 사용을 일시적으로라도 중단할 수 있으나, 조작된 유전자는 후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은 놀랍게도 어느 정도 훈련받은 사람이면 집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코드’는 사회의 관습, 규약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유전자 코드를 부수는(자르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발견한 코드 브레이커는 어찌 보면 ‘인간이 신이 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관습과 규약을 깨는 바이오테크놀로지 개발자이기도 하다. 인류의 미래에 유전자 편집 기술은 분명 존재하고, 그 산물이 선한 영향만을 미치도록 과학계 안팎에서 모두 눈여겨봐야 할 시기다.

정은진 샌프란시스코대학 부교수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