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가 부른 불평등·두려움·분노 [책과 삶]
[경향신문]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김기창 지음
민음사 | 332쪽 | 1만4000원
지구 평균기온이 최고 54도까지 올랐다. 체감기온은 73도를 넘었다. 기후가 모두의 고통이 됐다. 인류는 허겁지겁 ‘돔시티’를 세웠다. 벽이 도시를 감싸고, 투명한 태양광 패널이 하늘을 덮었다. 바깥은 지옥처럼 차갑거나 뜨겁다.
모두의 도시는 아니다. 고통은 약한 곳으로 전이됐다. 인종·민족·종교·재산·교육수준 등으로 ‘추방자’를 골라냈다. 바깥 사람은 피부가 익어가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 귀를 막고, 타인의 열기를 피해 간격을 벌린다. “누구나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무엇도 바꾸지 못한 채 맞이한 근미래. 돔 안팎은 사람들의 감정으로 들끓는다. 추방된 연인을 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사람, 돔 안으로 땅굴을 파는 사람, 돔 밖으로 사람들을 불러내려는 이와 ‘공평한 절멸’을 경계하는 이의 ‘각자의 사정’이 뒤얽힌다.
기후변화를 테마로 쓴 10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3편이 돔시티를 배경으로 한다. ‘있음직하다’는 말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 기후와 불평등, 그 앞에 선 이들의 분노와 두려움은 지금 현실과 닿아 있다. 감정을 파고드는 이야기는 생존 위기에 몰린 북극곰 아푸트가 나오는 ‘약속의 땅’, 폭염 민원인들 사이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된 9급 공무원 용희의 이야기인 ‘지구에 커튼을 쳐줄게’ 등 다른 단편들에서도 계속된다.
작가는 “적절하게 춥고, 덥고, 따뜻했던 날씨들. 그때의 햇살, 그때의 바람, 그때의 구름. 숲과 빙하와 북극곰과 피노누아 그리고 계절의 감각들. 이 모든 것을 다시 마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소설의 동력이 됐다고 했다. 소중한 것들을 헤아리는 마음, 그리고 상실의 두려움은 견고해 보이는 현실의 무게를 넘어설 수 있을까. 저울의 추를 가만히 흔드는 책이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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