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리 두기 현행 유지로 코로나 4차 대유행 파고 넘겠나
[경향신문]
정부가 9일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신규 확진자가 700명 안팎까지 증가하면서 12일부터 거리 두기 단계 상향이 예상됐으나, 3주간 더 지켜보기로 했다. 방역당국은 “2.5단계로 강화할 경우 광범위한 집합금지, 운영시간 제한 등으로 민생경제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요양병원·시설의 고령층 감염과 사망이 줄어들고, 충분한 의료역량을 갖추고 있다지만 확진자 수는 줄어들 줄 모르고 있다. 4차 유행이 현실화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거리 두기 단계를 그대로 둔 채 고비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방역당국의 발표대로 지금 일상의 모든 공간에서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555명으로, 이미 거리 두기 2.5단계 기준을 넘어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2주 내로 확진자 수가 배로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신 접종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것도 걱정거리다. 당국은 혈전 생성 논란으로 잠정 보류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접종 재개 여부를 11일 결정할 예정이다. 연령제한과 교차접종 등의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하는데, AZ 백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연령별·대상자별 백신 접종 계획을 더 촘촘히 보완해야 한다. AZ 백신 접종을 지속하려면 이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정부가 거리 두기 상향 조정에 대해 머뭇거리는 이유는 이해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피해가 집중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지표는 이 정도 대응으로는 4차 대유행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모색하는 핀셋방역으로는 현재 확산세를 막기 역부족일 수 있다.
방역이 무너지면 모처럼 회복세에 있는 경제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시민들의 기본방역지침 준수도 중요하지만, 방역당국의 냉철한 판단과 선제적인 조치가 요구된다. 특단의 대책을, 그것도 늦지 않게 실행해야 한다. 당국은 다음 주초 방역 추가 대책을 발표한다고 했는데, 확산세를 잡을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나와야 한다. 최근 우려되는 상황이 하나 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9일 코로나19 종합대책회의에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존 9시, 10시 영업정지와 같은 정부대책은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따로 방역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방역전선에 혼선을 부를 수 있다. 방역에 관한한 당국과 지자체 간의 유기적인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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