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품귀에 미·중 경쟁, '반도체 국가전략' 시급하다
[경향신문]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국내에서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춰서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대차는 울산1공장 휴업을 결정한 데 이어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도 12~13일 이틀간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쌍용차도 지난 8일부터 평택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한국지엠 보령공장도 이달 중 공장 가동일을 9일로 줄이기로 했다고 한다.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벌어진 일이다. 도요타, 폭스바겐,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조업단축에 들어가는 등 공급부족으로 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산업의 쌀’ 반도체는 갈수록 쓰임새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자동차도 전장화(電裝化)가 가속화되면서 반도체가 필수부품이 된 지 오래지만 공급이 뒤따르지 못해 품귀현상이 만성화됐다. 지난해 자동차 및 부품 수출액은 한국 수출의 10.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도체가 산업의 필수부품이 되고 차량뿐 아니라 정보기술, 가전 등으로 품귀 현상도 확산되면서 반도체 확보가 각국에서 안보차원의 과제가 되고 있다. 미·중 간 시장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는 한편 다른 반도체 강국들을 끌어들여 ‘반도체 동맹’을 구축할 기세다. 백악관이 오는 12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반도체 품귀대책을 논의하기로 한 것이 그 일환이다. 중국도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미·중이 반도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움직임도 가속화될 것이다.
정부가 9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반도체 품귀 현상과 주요국의 반도체 육성 정책 등을 공유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업계는 국내 제조시설 확대를 위한 정부 지원을 늘리고 인력 양성에 힘써줄 것을 건의했다. 정부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공급망 대책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했다.
산업에서 갈수록 높아지는 반도체의 위상과 반도체를 둘러싼 각국의 치열한 움직임은 한국도 반도체 산업을 국가전략 차원에서 다뤄야 할 필요성을 일깨운다. 정부와 기업이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치밀한 전략을 세워 대응해야 세계적인 경쟁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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