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한 독서야말로 창의적 글쓰기 첫걸음"..한 권에 담은 27편의 서평 [책과 삶]
[경향신문]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정희진 지음
교양인 | 250쪽 | 1만4000원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에 이어 여성학자 정희진이 펴낸 ‘글쓰기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페미니즘을 “약자가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라 규정하는 그는 여성의 경험을 의심하는 현실에 맞서기 위해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이 책은 “서평을 다르게 쓰고 싶었던” 저자의 기록이다. 창의적 글쓰기의 예시가 될 수 있는 27편의 서평을 하나로 묶었다. 그가 소개한 책들 중엔 동의하지 않는 책, 비판하고 싶은 책도 있다. 하지만 “어떤 텍스트도 그 자체로 존재하진 않는다”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독자의 반응과 언급과 평가가 없다면, 텍스트는 아무런 맥락을 얻지 못하고 부유한다.
정희진은 ‘편협한 독서’야말로 창의적 글쓰기의 첫걸음이라 말한다. 그의 관심은 언제나 고통과 몸, 권력과 지식, 젠더와 관계라는 몇가지 주제들에 머문다. 하지만 “모든 책은 편협할 뿐 아니라, 편협을 기점으로 확장된다.” 그는 예상 가능하고 무해한 글을 읽느니, 내 마음을 소생시킬 수 있는 ‘전압 높은 글’만 골라 읽겠다고 선언해버린다. 그런 글들은 몸과 마음에 격동을 일으키며 자신의 사고방식을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그는 줄거리 요약이 반을 차지하는 ‘본문 다시쓰기’도, 사유 없는 덕담을 늘어놓는 ‘주례사 비평’도 거부한다. ‘원 텍스트와 무관한 내용입니다’라는 첫 문장으로 서평을 시작하기도 하고, 최근 인상 깊게 읽은 다른 책 이야기에 한참 빠지기도 한다. 이 모든 건 치열하게 쓰여진 텍스트를 치열하게 소화해내려는 저자의 분투다. 그가 이렇게까지 ‘읽고 쓰기’에 진심일 수 있는 건 자신의 글에서 의미를 발견해줄 또 다른 독자들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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