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 대한 외경과 감동 도킨스 두번째 에세이집 [책과 삶]
[경향신문]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
리처드 도킨스 지음·김명주 옮김
김영사 | 656쪽 | 2만8000원
리처드 도킨스와 ‘영혼’이라니? 저명한 진화생물학자이자 과학 저술가이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신론자 중 한 명인 도킨스의 두번째 에세이집이 나왔다. 제목은 무려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이다. 올해 여든 살인 도킨스가 1990년대부터 30여년간 발표한 에세이 41편이 실렸다. 진화론에서부터 과학자의 가치관, 종교, 개인적 삶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 글 면면을 보면 도킨스가 ‘영혼’이라는 비과학적 용어를 선택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경이의 원천”으로서 과학에 대한 그의 오랜 외경과 감동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 ‘영혼’을 담아낸 도킨스의 선택에서 알 수 있듯, 작가로서 그의 가장 다채로운 초상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도킨스의 과학 철학과 과학적 진보로 발생할 미래 사회의 전망을 담은 1~3부를 거쳐 근본주의적 사고방식, 흑백논리, 관료주의에 대한 분석 등 시사·문화적 비평을 담은 4~5부, 복잡한 자연계에서 표출된 진실에 대한 찬미로 가득한 6부, 유머와 인간에 대한 애정을 담은 글을 모은 7~8부까지 내처 읽다보면 그의 자서전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또 다른, 한층 다면적이고 흥미로운 도킨스의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도킨스답게 이성의 가치를 역설하는 데 집중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는 “본능적 감정은 설령 외국인 혐오, 여성 혐오, 그 밖의 맹목적 선입관이 도사리는 어두운 흙탕물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투표소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3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강연회, 개막식, 각종 매체, 장례식과 추모회 등 다양한 곳에서 발표된 원고들이 별다른 수정 없이 실렸다. 다만 책을 엮으며 도킨스가 덧붙인 후기와 각주들이 낡은 글을 현재로 길어올리는 힘을 발휘한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원숭이들이 사과처럼 떨어졌다” 기록적 폭염에 집단 폐사
- [공실수렁 시즌2] 7000개 ‘생숙 공동묘지’된 반달섬의 재앙···수요 없는 공급은 누가 만들었나
- [전문] ‘음주운전 시인’ 김호중, 은퇴 아닌 복귀 시사···“돌아오겠다”
- 여당 조해진 “채 상병 특검법 당론으로 반대? 그건 입틀막”
- ‘시럽급여 사태’ 또?…반복수급 때 최대 50% 삭감 추진
- 인건비 줄이려 ‘공휴일은 휴무일’ 꼼수 규칙…법원서 제동
- 직구 금지, 대통령 몰랐다?···야권 “대통령 패싱인가, 꼬리 자르기인가”
- ‘VIP 격노’ 있었나…특검법 핵심은 ‘대통령실 개입’ 의혹 규명
- 미술관의 아이돌 정우철,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힙한 예술가’는?
- [단독] 지자체 수요 반영한 맞춤형 임대주택 도입···올 하반기 공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