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피해 최소화..감염 위험 높은 시설·행위 규제 집중

조형국·이창준 기자 2021. 4. 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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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유행' 우려에도 현재 거리 두기 수준 유지 배경

[경향신문]

거리 두기 실종 많은 시민과 노숙인이 9일 서울역 앞에서 거리 두기를 하지 않은 채 빵과 음료수를 받으려고 길게 줄을 서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고령층 감염·사망 감소, 의료 역량 향상…1~3차 유행과 상황 달라
정부의 방역 초점 ‘유행 억제’서 ‘사망 억제’로 중심 이동 해석도
전문가들 “미흡한 조치, 방역보다 정치·경제적 논리 작동의 결과”

정부가 9일 현행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수도권 2단계, 부산 등 일부 시를 제외한 비수도권 1.5단계)를 다음주부터 3주 연장하되 2단계 지역에서 유흥시설의 영업을 금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핀셋 방역’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의 경제적 어려움, 시민의 방역 피로도 등을 감안해 일괄적으로 규제 강도를 높이기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큰 시설·행위에 규제를 집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방역 조치로는 ‘4차 유행’ 초입에 들어선 코로나19 확산세를 진정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71명이다. 전날(700명)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숫자다.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555명이다. 거리 두기 2.5단계(전국 400∼500명 이상 등) 요건에 해당하는 수치다.

정부는 현 상황을 ‘4차 유행의 초기단계’로 보고 있다. 중대본은 이날 “1~2주 만에 (확진자 규모가 두 배로 늘어나는) ‘더블링’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여전히 있다”며 “3차 유행보다 더 큰 유행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권덕철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안전한 곳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방역당국은 거리 두기 단계를 상향하지 않았다. 전조 현상이 생길 때 거리 두기 단계를 높였다가 확진세가 정점을 지난 뒤 완화했던 1~3차 유행 때와 대비된다.

방역당국의 결정은 거리 두기 단계를 상향하면 자영업자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점을 무엇보다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수도권의 2.5단계 상향은 광범위한 집합금지와 운영시간 제한 등으로 민생경제에 타격이 크다”(권 1차장)는 것이다.

요양병원·시설의 고령층 감염과 사망이 줄고 대규모 확산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역량을 갖춘 점도 감안했다. 권 1차장은 “가용병상 기준 생활치료센터는 매일 800명, 감염병 전담병원 1600명,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은 1400여명 등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광범위한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가 코로나19 확산세를 차단하는 데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현재의 역학적 특성을 볼 때 광범위한 다중이용시설들의 집합금지·운영규제를 통한 확산 차단은 효과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2단계 지역에 한해 룸살롱·클럽·단란주점·헌팅포차·감성주점·콜라텍·홀덤펍 등 유흥시설의 영업을 금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실제 감염 위험이 큰 곳으로 영업제한을 최소화해야 지속 가능한 방역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한 셈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부산시 등이 유흥시설 영업금지 적용 지역이다. 정부가 방역의 초점을 ‘유행 억제’에서 ‘사망 억제’로 옮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방역 전문가들은 ‘미흡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집합금지·영업시간 규제 등을 결정하게 한 것을 두고 “정부가 현행 체계가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확진자는 줄여야 하는데 줄일 방법이 없으니 그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긴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고 중증환자를 관리하겠다는 것인지, 확진자 수도 통제하겠다는 것인지 정부의 방역 패러다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백신 접종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방역만 느슨하게 하는 것은 방역 논리보다는 정치·경제 논리가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조형국·이창준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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