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자산어보'의 교환, 상계

파이낸셜뉴스 2021. 4. 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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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는 신유박해로 귀양간 정약전 선생이 흑산도 연해 바다 생물에 대해서 저술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 선생(설경구 분)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 분)에게 '내가 아는 지식과 너의 물고기 지식과 바꾸자'는 제안을 합니다.

그렇지만 정약전 선생과 창대가 서로 맞바꾸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에 누구의 수강료가 높다고 하더라도 상계계약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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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는 신유박해로 귀양간 정약전 선생이 흑산도 연해 바다 생물에 대해서 저술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역사 속 실존 인물에 대한 고증과 허구를 적절하게 조합하여 흑백 영화로 살린 특유의 감성이 돋보입니다.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 선생(설경구 분)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 분)에게 ‘내가 아는 지식과 너의 물고기 지식과 바꾸자’는 제안을 합니다. 이처럼 서로의 지식을 거래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어떻게 해석될까요?

화폐 등의 매개없이 물건과 물건을 직접 맞바꾸는 물물교환은 원시시대부터 있었고, 현재에도 종종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학문적 지식과 물고기 지식을 서로 주고받는 것이어서 법률적으로 교환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교환은 당사자 쌍방이 금전 이외의 재산권을 상호 이전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입니다. 교환계약을 체결할 때, 자신의 물건을 고가로 평가하고 상대방의 물건을 염가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환계약에서 허위로 시가보다 높은 가격을 시가라고 말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학문적 지식과 물고기 지식은 금전 이외의 재산권으로 볼 여지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학문적 지식과 물고기 지식을 바꾸는 것은 지식, 정보의 공유로서 재산권을 서로에게 이전하는 것이 아니어서 법률적으로 교환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정약전 선생이 창대에게 학문적 지식을 가르치고, 창대가 정약전 선생에게 물고기 지식을 가르치면 각각에게 수강료 채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학문적 지식과 물고기 지식을 맞바꾸는 것은 서로에게 발생한 수강료 채권을 소멸시키는 합의로 볼 수 있습니다.

채권자와 채무자가 서로에 대하여 동종의 채권과 채무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그 채권과 채무를 대등액에서 소멸시키는 것을 상계라고 합니다. 일반인들은 상계라는 법률 용어보다는 ‘깐다’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채권과 채무의 대등액에서 소멸시키는 상계도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일 때에는 상계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A가 B에게 채권이 있고, A가 B를 폭행하여 B가 A에게 손해배상 채권이 발생한 경우, A는 B에대한 채권으로 불법행위 채무를 상계할 수 없으나 B는 대등액에서 상계할 수 있습니다.

상계와 달리,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해서 채권, 채무를 소멸시키는 것을 상계계약이라고 합니다. 상계에는 요건이나 제한 사유가 있지만 상계계약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상계의 요건이나 제한 사유와 상관없이 가능합니다.

정약전 선생의 학문적 지식에 대한 수강료가 창대의 물고기 지식에 대한 수강료보다 더 높을 수도 있고, 또는 같거나 창대의 물고기 지식에 대한 수강료가 더 높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약전 선생과 창대가 서로 맞바꾸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에 누구의 수강료가 높다고 하더라도 상계계약은 가능합니다.

신분 사회에서 양반으로 태어나 실용적이며 임금도 없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정약전 선생의 바램은 흑백화면에 대비되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동일한 시대에 살아도 각자가 살아가는 삶은 다 다릅니다. 어떠한 세상을 살아도 자신이 꿈꾸는 것 이상의 삶을 살기는 어렵습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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