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초선들 "국민과 소통 않고 가르치려 들었다" 뒤늦은 반성

박홍두 기자 2021. 4. 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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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개원 후 1년 만에 한목소리.."과신·오만·안일함 사과"
도종환 비대위원장 "내로남불 벗어날 것"..내부 쇄신 싸고 잡음도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9일 4·7 재·보궐 선거의 패배 원인과 당 혁신 방안을 논의한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철저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충분히 갖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9일 비상대책위원회를 본격 가동하며 선거 패배 수습에 나섰다. 도종환 비대위원장은 “ ‘내로남불’ 수렁에서 하루속히 빠져나오겠다”고 공언하며 다음주부터 ‘민심 경청 투어’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도 21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으로 모여 “민주당이 ‘기득권 정당’이 돼 버렸다”며 성명서를 냈다. 내부 회의에선 청와대를 향한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조차 주류인 ‘친문(재인)계’ 중심의 비대위 구성부터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특히 쇄신의 ‘구호’만 있을 뿐 무엇을, 어떻게 쇄신하겠다는 방향과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집권여당이 충격적인 재·보선 패배 이후에도 제대로 된 위기의식이나 반성·성찰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도종환 “더 꾸짖어달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은 선거 패배 후 비대위 첫 회의를 열었다. 도종환 위원장은 첫 일성으로 “더 꾸짖어달라. 마음이 풀리실 때까지 반성하고 성찰하겠다”며 “모든 책임은 오직 저희에게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민심 앞에 토 달지 않겠다.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국민과 소통하고 경청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다음주부터 민심 경청 투어를 시작키로 했다. 비대위원들이 직접 서울·부산 등을 찾아 시민들을 만나 쓴소리를 들을 계획이다. 비대위는 쓴소리를 모아 ‘백서’를 만들기로 했다.

도 위원장은 선거 패인 중 하나인 ‘부동산 민심’을 의식한 듯 “국민권익위원회에 의뢰한 당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 결과가 곧 나올 것”이라며 “결과는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은 누구도 예외 없이 엄중하게 묻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뒤늦게 나선 초선들 “반성한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도 이날 모여 선거 패배 원인 분석과 당 쇄신 방안을 논의했다. 초선 의원 81명 중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3시간가량 회의를 하고 ‘민주당 21대 초선의원 일동’ 명의의 입장문을 냈다. 초선 의원들은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먼저 선거의 원인이 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부터 언급했다. “당헌·당규에 의하면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았어야 하지만 이를 시행도 해보지 않고 국민적 공감 없이 개정을 추진해 후보를 낸 뒤 귀를 막았다”며 “초선으로서 그 의사결정에 치열하게 참여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기득권 정당’이 됐다고도 인정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과신, 일단 시작하고 계획을 만들어가면 된다는 안일함, 과거를 내세워 모든 비판을 차단하고 나만이 정의라고 고집하는 오만함이 민주당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가르치려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향후 당의 혁신 과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모임에서는 ‘청와대와 당의 불통 문제’, 친문계 중심의 당 지도부와 당정 운영 문제 등 날선 목소리도 터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의원총회도 제대로 없이 일사불란함만 강조한 측면이 있다”며 “청와대에도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해야 하는데 아무도 이를 지적하지 않는 소통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오영환 등 민주당 20~30대 5명의 의원들도 별도 입장문을 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며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국민의 공감대를 잃었다”고도 밝혔다. 당의 오만과 독선에 자성론을 내놓은 것이다.

여당 초선 의원들이 단체로 목소리를 내고 나선 건 지난해 21대 국회 개원 후 1년 만이다. 이 때문에 ‘뒤늦은 성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초선 좌장격인 고영인 의원은 “과거 열린우리당 초선들(108명)이 보였던 모습에 분열적 요소가 있어 이를 반면교사 삼아 그동안 자중해온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국민을 졸로 보나”…위기감 ‘실종’

당 내부에서는 비대위의 인적구성과 활동 내용을 놓고 시작부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노웅래 전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친문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도 위원장을 두고 “쇄신의 진정성이 있나. 국민에겐 ‘이 사람들이 아직도 국민을 졸로, 바보로 보는 거 아닌가’ 이렇게 보일 수 있다”고 맹공했다.

비대위의 ‘민심 경청 투어’를 놓고도 한 초선 의원은 “서울·부산 정도를 찾아가 하루 이틀 얘기를 듣는 것이 쇄신인가”라며 “쇄신의 주어만 있고, 제대로 된 방법이나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그러나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비대위원 중에 계파색이 강한 분들은 거의 없다”면서 “선거 패배 이유는 당·정·청 전체가 져야 할 문제”라고 맞받았다.

부동산·개혁입법 관련 정책·기조의 전환도 없이 오히려 “개혁에 반대하는 국민은 없다”는 입장도 여전했다. 이날 초선 모임에서는 180석 의석만 믿고 검찰개혁 등 ‘개혁입법 독주’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일부 친문계·강경파 의원들이 반대해 성명서에는 담기지 않았다고 한다. 20~30대 의원들이 ‘조국 전 장관’을 거론하면서 반성문을 내놓자 해당 의원들에게 “탈당하라”는 강성 당원들의 항의 전화·문자메시지가 쏟아지기도 했다.

선거 패배 이후 쇄신을 부르짖고 있지만 민주당의 갈 길은 멀어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어디서부터 풀어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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