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고난의 행군" 5년 만에 언급
대북 제재 장기화에 따른 경제난
대외관계보다 내부적 극복 의지
[경향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노동당 총비서)이 “나는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해 각급 당조직들,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 장기화 등에 따른 어려움을 대외관계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당 말단 책임자들이 참석한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전진 도상에 많은 애로와 난관이 가로놓여 있으며 그로 말미암아 당 제8차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투쟁은 순탄치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그 어떤 우연적인 기회가 생길 것을 절대로 믿지 않는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고난의 행군’을 언급한 것은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 이후 5년 만이다.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통치 때인 1990년대 중반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 등이 겹치면서 최악의 식량난을 겪었던 ‘고난의 행군’ 시기를 다시 꺼낸 것은 그만큼 녹록지 않은 북한의 대내외 상황을 반영한다. 대북 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남 및 대미 관계 개선에 기대기보다는 내부적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세포의 과업 10가지를 제시하며 당원·주민에 대한 사상교육과 통제를 강조했다. 특히 “청년들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적지 않고 새 세대들의 사상 정신상태에서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며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 단장, 언행,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늘 교양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인간개조 사업을 적극 벌이며 집단 안에 서로 돕고 이끄는 공산주의적 기풍이 차 넘치게 해야 한다”면서 내부 기강을 강조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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