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국민의힘..새 지도부·합당·협치 과제 산적

박준우 기자 2021. 4. 9. 19: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재보궐선거가 야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국민의힘은 아직도 갈 길이 먼 듯합니다. 당 입장에서는 대선까지 당을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부도 구성해야 하고요. 국민의당과 합당 문제도 남아 있죠. 오세훈 시장도 자신의 공약을 추진하려면 민주당이 절대 다수인 서울시의회와 어떻게든 협치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박준우 반장이 관련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드디어 업무가 다 끝났습니다. 발제도 무사히 마쳤고 회의도 다 끝났고 이제 퇴근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분이 난데없이 이런 지시를 내립니다.

[JTBC '정치부회의' (3월 29일) : 박 반장은 빨리 밥 먹고 와요. (야근수당은 이미 신청을 해놨고요. 치밀하고 치열하게 모니터링하겠습니다.) 아~ 알겠어요. 수당은 알겠고 정확하게 취재를 잘해요.]

저는 늘 있던 일이라는 듯 능숙하게 야근 수당을 신청하고 모니터 앞에 앉겠죠. 하지만 일이 끝났는데, 또 다시 일이라니 피로감이 몰려옵니다. 지금 국민의힘과 신임 오세훈 서울시장의 상황은 일과를 마쳤는데 다시 또 야근을 시작해야 하는 직장인의 처지와 비슷한 거 같습니다. 선거라는 대형 이벤트를 무사히 치르고 승리를 거뒀지만 눈앞에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황이죠.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어제) : 지난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보았듯이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세력에 의존하려 한다든지 그것에 더하여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한다든지 정권을 되찾아 민생을 책임질 수권 의지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이 아직 국민의힘 내부에 많습니다.]

어제 떠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에 남기고 간 과제였죠. 자신이 당을 떠난 뒤에도 내부 분열과 반목을 일삼았던 과거로 퇴행해선 안 된다는 경고였는데요. 혁신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수권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당부이기도 했을 겁니다. 포스트 김종인 체제를 맞이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신 지휘봉을 잡았죠. 국민의힘으로선 다음 목표는 내년 대선 승리일 텐데요. 이제 주 권한대행은 대선까지 전열을 가다듬고 당을 쇄신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합니다. 이것만 해도 막중한 과업인데 다른 한 손에는 야권 통합이란 과업이 남아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는 둘 중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듯 한데요. 주 권한대행이 선정한 제1목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이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안철수 대표가) 합당하겠다고 했으니까 국민의힘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시기와 절차로 하실 것인지를 알려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알아야 우리가 생각이 같으면 바로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국민의당에) 그것을 알려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물론 당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데요. 당권주자들을 중심으로 당을 먼저 재정비하고 국민의당과 합당은 전당대회 이후로 잠시 미루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 권한대행은 야권 통합이라는 후자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선 합당, 후 전당대회에 무게를 실은 거죠. 이번 선거에서 통합이라는 키워드가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었다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가 중도·무당층을 끌어들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인정한 셈입니다. 만일 합당 이후 안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국민의힘이 명실상부 중도·보수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란 계산입니다.

안철수 대표는 합당보다 선거 평가가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었죠. 말은 그렇게 해도 본격적인 합당 논의 전에 이미 몸집 키우기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양당이 실무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최대한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심산인 것 같은데요.

[이태규 (음성대역) : 서울시장 보선 승리의 결정적 요인은 후보 단일화입니다. 처음부터 단일화의 판을 만들고, 판을 키우고, 끝까지 판을 지키고 완성 시킨 사람은 안철수였습니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당 측 단일화 실무협상팀을 이끌었던 인물이죠. 이태규 사무총장이 선수를 쳤습니다. 이 사무총장의 말은 결국 협상에서 국민의당의 발언권을 높이기 위해 의도한 워딩으로 보이는데요. 선거 전에는 단일화 신경전, 선거 후에는 합당 신경전이 펼쳐질 것 같은 조짐이 보입니다.

10년 만에 자리를 되찾은 오세훈 시장도 과제가 산적해있긴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 '첫날부터 능숙하게'를 외쳤던 만큼 1년 남짓한 임기 안에 어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습니다. 임기 시작 첫날부터 서울시의회를 찾아가 자세를 낮췄는데요.

[김인호/서울시의회 의장 (어제) : 우리 시장님께서 10년 동안 내공도 많이 쌓으셨다고 그러고 공부도 많이 하셨다고 그래서 (많이 부족합니다.) 잘 하실 걸로 믿고 있습니다.]

[오세훈/서울시장 (어제) : 제가 속한 정당이 워낙 소수 정당이기 때문에 사실 시의회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이는 어떤 일도 원활하게 하기가 사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쉽지 않은 그런 상황입니다. 많이 도와주셔서 일이 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각별히 좀 도와주십시오. 제가 정말 잘 모시겠습니다.]

서울시의회의 구성을 잠시 보면요. 시의원 110명 중 101명이 민주당 소속입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7명뿐인데요. 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시의회의 도움 없이는 오 시장이 시정을 마음대로 펼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결국 오 시장이 뭐라도 하기 위해선 시의회와 협치가 필수적인 선결 과제라는 의미입니다. 오 시장은 당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약 8년 8개월 동안 추진한 정책들을 전면 재검토할 가능성이 큰데요. 광화문 광장 사업을 중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죠. 오 시장이 먼저 몸을 굽히긴 했지만 약효가 시원찮은 듯 합니다. 시의회는 곧바로 제동을 걸었습니다.

[김인호/서울시의회 의장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우리 의회 차원에서 많은 고민 끝에 결정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미 예산 투입이 많이 됐고요. 그래서 지금 이걸 중단한다는 것은 혈세 낭비가 아니겠습니까. 그다음에 수많은 시민 공청회와 시민 그런 알림 과정을 거쳐서 시행된 사업이기 때문에요. 여기서 이 사업을 중단한다고 그러면 혼란만 초래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는 박 전 시장이 추진하던 역점 사업 중 하나죠. 모두 791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데요. 서쪽 편도 6차로의 도로를 모두 없애 광장 규모를 넓히는 사업입니다. 오 시장은 당시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공사를 강행하자 거세게 반대했죠.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살기 어려워진 마당에 도대체 누굴 위한 공사인지 묻고 싶다", "왜 하는지도 모르겠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는데요.

[김인호/서울시의회 의장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시장이 전권으로 공사 중단해라, 이렇게 명령 내릴 수 있는 게 아닙니까? 그럼 이 사항도?) 예, 시장님이 뜻대로 마음대로 중단할 사항은 아닐 겁니다. 의회 동의를 구해야죠.]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한강변 아파트 '35층 제한' 완화, 재개발·재건축 완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죠. 임기 일주일 안에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는데요. 시의회는 이것도 의회 동의 절차와 정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견제구를 날렸습니다. 주호영 권한대행 못지 않게 오세훈 시장 앞에도 '산 넘어 산'이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국민의힘, 선거 승리했지만 눈앞 과제 산적…합당·협치 산 넘어 산 >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