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 감독, 배우 VS 감독 사이의 밸런스 게임 [인터뷰M]

김경희 2021. 4. 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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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영화 '박화영'에 이어 비슷한 세계관이지만 한층 대중적인 버전의 '어른들은 몰라요'를 만든 이환 감독을 만났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이환 감독은 이번 영화로 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을 수상하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가진 감독으로 인정받았다. 연달아 두 편이나 파격적인 소재이며 10대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아낸 감독이지만 특별히 이번 영화에서 이환 감독은 극중 18살 '세진'의 유산을 돕는 파란머리 20살 '재필'이를 연기하기도 했다.

이환 감독은 "두 여배우가 먼저 캐스팅되며 워크샵도 한참 진행을 했었다. 재필의 캐스팅이 마지막이었는데,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보니 재필이는 기능적인 캐릭터에 불과했다. 여배우들의 감정을 끌어내는 일만 하면 되는 배역인데 어떤 배우에게 부탁하면서 연기를 펼쳐주세요라고 하기엔 애매했다. 여배우들의 워크샵을 하는 동안 제가 재필이를 대신하기도 했었으니 차라리 제가 플레이어로 들어가는게 또 하나의 연출이 될수 있겠다 생각되어 직접 출연했다"라며 출연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평소에도 실제 나이보다는 많이 젊어보이는 비주얼이지만 이환 감독은 극중에서 귀와 코에 피어싱도 하고 파란색으로 염색을 한채 스무살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과감한 변신이었다. "누가봐도 믿음이 안 가고 불량스러워야 했다. 겉모습을 보면 못 미더운데, 이들이 선듯 도와주겠다고 나서고, 도와주기는 하는데 이상하게 무능력한 캐릭터였다."라며 스타일링을 한 의도를 이야기 했다. 그리고 "다들 말렸다. 모든 스태프들이 제가 피어싱을 하러 갈때 고생하지 말라며, 직접 뚫지 않고도 연출할수 있다고 말렸는데 저는 '일단 모르겠고. 할건 하자'는 마음이었다. 만약 다른 배우를 캐스팅했다면 미안해하면서 피어싱을 요구했을텐데 진짜 피어싱 한 거랑 연출한거랑 느낌이 다르다고 생각했다."라며 캐릭터를 위해 직접 피어싱을 한 이유를 밝혔다. 이환 감독은 "하루에 귀와 코를 다 뚫었다. 귀는 참겠는데 코는 너무 아파서 울었다."라는 웃픈 사연도 털어 놓으며 감독이 연기도 했다는 마인드가 아닌 제대로 배우로 작품에 참여했음을 이야기했다.

요즘은 점점 직접 출연하면서 감독까지 하는 배우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이환 감독은 '자기가 감독인데 저렇게까지 했어야 하나?' 싶게 온 몸이 너덜해지도록 얻어 맞는 연기를 했다. 그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자 이환 감독은 되려 웃는다. "재미있는게, 때리는 것보다 맞는 게 속이 편하다. 촬영하고 나서 허준석 배우가 멘붕이 와서 맞기는 제가 맞았는데 술은 더 많이 마시더라."라며 "허준석 배우에게 적당히 타협할거라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저도 최대한 지지 않으려고 할텐데 어떻게든 무릎꿇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었다. 촬영 감독이 잘 찍으셔서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았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 속에서 이환 감독이 연기한 '재필'이는 극한의 상황으로 인물들을 몰고 간다. 기자는 영화를 볼 당시 이 장면에서 귀와 눈을 막고 빨리 이 장면이 지나가기를 바라기까지 했었다. 이환 감독은 "재필이는 나름의 자기 신념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세진'이를 도와주려 했었는데 기성세대들의 10대를 바라보는 관점과 자신의 신념 사이의 갈등이 커진거다. 스무살이지만 성년도 미성년도 아니었던 재필이가 이 사건을 계기로 기성세대로 넘어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탓하고, 더 나쁘고 더 잔인하게 자신의 신념을 버리게 된다."라며 그 장면에 담았던 의미를 이야기했다.

영화, 드라마의 조-단역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하여 '암살' '밀정' 등의 작품에도 출연하며 쌓았던 배우의 능력을 자기 영화에서 마음껏 표출한 이환 감독에게 "혹시 향후 배우로 활발한 활동을 할 계획도 있냐?"고 물었더니 "물 흘러가듯이 있으면 하는거고"라고 답했다. "캐스팅 제안이 오더라도 제가 할수 있는 역할이거나 상황이어야 하지 않겠나. 사실 박정범 감독의 '이 세상에 없는'에 캐스팅 됐지만 제 작품과 일정이 물리면서 빠지게 됐다."라며 연기자건 감독이건 기회가 오는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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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그는 어떤 스타일일까? 이환 감독은 "배우들을 캐스팅할때 나름의 조건이 있었다. 저희 작품을 할때는 반드시 다 함께 워크샵을 참석해야 하고, 워크샵과 촬영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활동은 하지 않고 오로지 여기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거다. 대단한 감독이나 작품이 아닌데 뭐 그렇게까지 하나 싶겠지만 이렇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서 배우들과 더 많이 이야기하고, 토론하면서 배우들의 장점도 찾아지고 제대로 된 소통을 할수 있게 되더라"라며 실제처럼 리얼한 작품을 만들수 있던 비결을 이야기 했다.

이번 영화의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개그계 대부 이경규와도 인연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저희가 워크샵 했던 곳이 바로 이경규 대표가 영화 '전국노래자랑'을 만들때 썼던 영화사 사무실이었다. 무료로 사무실을 쓰게 해 주셔서 그 곳에서 편하게 워크샵을 진행했고, 맛있는 밥과 술과 커피도 많이 사주셨다"라며 뜻밖의 인연을 이야기했다.

'어른들은 몰라요'로 부산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에 대해 이환 감독은 "어려운 시기에 영화제를 포기하지 않고 열어준 것에 감사했고, 초대해 준 것도 고마웠는데 수상까지 해서 너무 놀랬다. 제가 상을 받은 것 보다, 배우가 상을 받지 못 한게 너무 아쉬웠다."라며 배우들의 열연에 감사했다.

계속해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미성년자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이환 감독의 차기작은 '박화영'이나 '어른들은 몰라요'와 완전 다른 범죄 드라마라고 했다. 하지만 범죄드라마 안에도 인간관계나 가족관계의 결여 부분이 조금은 내포될 거라며 이환 감독의 세계관 안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변주를 기대하게 했다.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 가출 4년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어른들은 몰라요'는 4월 15일에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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