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Q경제] 미국이 압박하는 법인세 증세, 한국도 영향 있나요

김신영 기자 2021. 4. 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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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5문답으로 풀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4월은 주요국의 경제 수장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는 계절입니다. IMF(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등의 봄 총회가 열리고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들이 모여(올해는 온라인으로) 국제적 공조가 필요한 사안을 논의합니다. 올해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이슈는 ‘글로벌 법인세 증세’입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개회 직전인 5일 “글로벌 최저 법인세(법인세율 하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먼저 운을 띄웠습니다. 이어 8일엔 미 정부가 세계 139개 나라에 ‘다국적 대기업은 매출이 발생하는 나라에 세금을 내도록 하자’라는 제안서를 보냈다는 사실이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을 통해 공개됐고요.

법인세는 기업들이 내는 것이니 ‘내 지갑’과는 먼 얘기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금은 기업의 순이익에 큰 영향을 줍니다. 기업은 번 돈에서 비용과 세금을 제하고 남는 돈으로 배당도 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도 합니다. 법인세의 오르내림에 따라 투자한 기업의 미래, 나아가 주가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FT는 “자유 무역과 세계화가 진행돼온 수십년 만에 법인세가 큰 변화를 맞닥뜨리게 됐다”라고 설명합니다. 미국이 밀어붙이는 법인세 개편안을 두고 왜 이렇게 난리일까요. 또 ‘내 돈’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5문답으로 풀었습니다.

◇Q1. 법인세를 왜 국제회의에서 논의하나요.

원래 법인세는 각 나라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최근 수십년 동안에 자유무역 규모가 커지고, 여러 나라에서 장사하는 다국적 기업도 많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30개국에서 사업을 하는 회사면서 본사는 A나라 있고, 번 돈은 최종적으로 B나라에 보내 쌓아두고, 상장은 C나라에 하고 공장은 D나라에 있고…. 이런 식으로 기업이 돈을 벌고 쓰는 방식이 복잡해진 겁니다.

2000년대 들어선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같이 공장 하나 안 짓고도 국경을 넘나드는 장사를 하는 ‘디지털 경제’의 시대까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돈은 한 나라에서 벌어가면서, 정작 세금은 다른 나라에 가서 내는 일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다국적 기업이 돈만 벌어가고 세금은 내지 않는 나라는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을 중심으로 약 10년 전부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법인세 과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한 계기입니다.

◇Q2. 10년이나 논의를 했다면서, 왜 갑자기 난리인가요.

가장 기본적인 원인은 코로나입니다. 어마어마한 전염병에 맞서기 위해 세계 각국, 그중에서도 미국은 정부가 엄청난 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일단 급해서 돈을 쓰기로는 했는데, 재원이 문제입니다. 나라가 돈을 조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국채를 발행하거나 세금을 더 걷는 겁니다. 미국은 일단 국채를 발행해 돈을 조달했지만, 부양금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증세도 함께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올해 초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큰 정부’를 지향하는 민주당이기 때문에 증세는 미국 집권당의 철학과 잘 맞아떨어지기도 합니다. 바이든은 지난달 말 약 2조30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법인세 인상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 트럼프가 21%(이전엔 35%)로 내렸던 법인세를 28%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말이죠.

코로나 부양금을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오기)로 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인 미국 정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국제사회에 ‘증세 공조’를 하자고 제안합니다.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즉 국제적으로 법인세율 하한선을 만들자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Q3. 법인세 최저세율은 무엇인가요.

주요국들은 21세기 들어 법인세율을 대부분 낮춰만 왔습니다. FT가 ‘바닥을 향한 경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앞다퉈 법인세를 인하했습니다. 다국적 기업들이 법인세가 낮은 나라를 찾아 본사를 옮기거나 번 돈을 옮겨놓는 관행이 생겼고, 각국 정부는 이런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법인세를 낮추는 전략을 구사한 겁니다.

OECD에 따르면 회원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2000년 약 30%에서 23%로 낮아졌 있습니다. 특히 법인세가 13%밖에 되지 않는 아일랜드처럼, 전략적으로 아주 낮은 법인세를 설정해놓고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는 나라도 많아졌습니다. 미국이 제안한 최저 법인세율은, 국제사회가 합의해서 ‘이 선 아래로는 법인세율을 낮추지 맙시다’라고 정하자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 밝힌 하한선은 21%였습니다.

◇Q4.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매출 발생국에 법인세 징수’라는 새 제안은 또 뭐죠.

최저 법인세율이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OECD 회원국들은 지난 10년 동안 법인세 과세의 불평등을 해결하겠다며, 최저 법인세율을 도입하려고 머리를 맞대 왔습니다. 그런데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법인세율 조정엔 각국의 정치적 여건 등 골치 아픈 고려 사항이 많기 때문입니다. (미국만 해도 공화당 의원들은 이미 법인세 인상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OECD는 법인세 최저세율과 함께 ‘공룡’이 된 다국적 IT 기업 등이 제대로 세금을 내도록 다른 방안도 하나 추진 중입니다. 기업이 돈을 버는 나라에, 즉 매출이 발생하는 나라에 세금을 내도록 하자는 겁니다. 그 나라 국민의 지갑을 열게 해서 돈을 벌었으니 세금도 그 나라에 내라는 뜻이죠. 이 방법은 복잡한 법인세율 최저선 도입 이전에, 다국적 기업이 세율이 낮은 나라를 찾아다니며 세금을 덜 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힙니다. 미국은 최근 한국을 포함해 139 나라에 ‘매출이 일어나는 나라에 과세 권한을 부여하자’라고 제안했습니다.

이 방안은 미국·유럽연합 등 내수 시장이 커서 매출이 많이 일어나는 국가가 더 많은 세금을 직접 거둘 수 있다는 뜻이어서 미국엔 유리합니다. 미국의 이번 제안은 돈을 많이 버는 순위대로, 업종과 상관없이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고 합니다.

◇Q5. 기업 실적, 그리고 주가엔 어떤 영향이 있나요.

미국이 밀어붙이는 법인세 개편안으로 승자와 패자가 각각 발생할 전망입니다. 우선 아일랜드, 스위스 등 낮은 법인세율로 다국적 기업의 지사를 유치하고 세금도 챙겼던 나라들은 손해입니다. 반면 미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 법인세율이 비교적 높으면서 자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 많은 나라는 이득을 보겠지요. 프랑스와 독일이 미국 편에 서겠다고, 바로 선언한 이유입니다.

한국 정부가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으리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한국은 법인세율이 높은 편(최고 27.5%)이라 법인세를 더 높일 필요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삼성·LG·현대차 등 한국의 대표 수출 기업이라면 골치가 좀 아파질 수 있습니다. 글로벌한 법인세 납세 시스템이 바뀌면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글로벌한 다국적 기업의 순이익은 전반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골드만삭스는 바이든의 법인세 증세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S&P500 상장사의 순이익이 9% 정도 줄어든다고 추정합니다. 예컨대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애플은 법인세가 13%인 아일랜드에 세운 유럽 지사에 이익을 많이 몰아주는 방식을 활용해 지난해 번 돈의 14%만 법인세로 냈습니다. 바이든의 증세안이 시행되면 애플은 앞으로 이익의 20% 넘는 세금을 내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순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기업과 주가엔 일반적으로 악재입니다. 하지만 기업의 미래 가치, 그리고 주가는 결정하는 요인은 순이익 외에 많이 있으므로 법인세 증세가 반드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경기가 살아나 기업의 매출이 많이 늘어난다면 증세 부담을 극복하고 주가가 오히려 더 오를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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