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총성 울린 야권..'어게인 2007' 노린다

이혜영 기자 2021. 4. 9. 17: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승리→대권 탈환' 과거 영광 재현할까
합당·입당·전당대회 곳곳에 숨은 변수들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4월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고별사를 마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주호영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재보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야권의 '대권 탈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야권은 선거 참패를 당한 여당이 자중지란을 겪는 틈을 타 정계 개편은 물론 차기 대선 정국에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잰걸음에 나섰다. 합당 논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향후 행보 등 '결정적 변수'를 앞에 둔 야권은 보궐선거 압승을 뒤로 하고 상당 기간 격랑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관측된다. 

2007년, 그날의 영광 꿈꾸는 野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4·7 보궐선거 승리를 계기로 13년 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읽힌다.

2007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정권 심판'을 부르짖는 표심으로 나타났다. 경제와 부동산 문제를 파고들었던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후보의 전략은 통했고, 결과는 '압승'이었다. 

당시 대선에서 여당이던 민주당은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BBK 의혹'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꺼내들며 총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여당의 파상공세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이 전 대통령은 경쟁자였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현 민주당) 후보를 역대 대선 최대표차인 531만여 표 차이로 눌렀다. 이번 보궐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여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최고조에 달했음에도 정권에 실망한 민심을 되돌리지 못한 것이다. 

여당에는 치욕의 순간이었지만, 야권은 박근혜 정부까지 10년 간 대권을 잡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현재의 야권이 고무된 것은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21년과 대선이 치러질 2022년의 상황이 데자뷔처럼 겹쳐있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이 치러지기 1년 전인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에 승리를 거뒀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외곽에 있는 유력 야권 대선주자들이 현재의 구도를 '절체절명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는 이유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월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합당, 입당, 전대…곳곳에 놓인 변수들

야권은 과거의 강렬한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어게인 2007' 작업에 가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선 후보와 당 안팎의 세력 간 주도권 다툼도 본격적인 막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선거 직후 포문을 열어젖힌 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 한 유 전 의원은 8일 당 전·현직 의원모임 '마포포럼' 강연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필요성을 언급하며 윤 전 총장에 대한 견제구를 던졌다.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징역 24년 형을 받고 살고 있다. 구속기소와 구형, 법원의 형량이 너무 과했다"고 지적하며 전통 지지층을 자극했다.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윤 전 총장에 대해서는 "현재 지지도가 그대로 가지는 않을 것이고, 몇 번 출렁거릴 계기가 있을 것"이라며 "지지도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의미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지 아니면 '제3지대'에서 정계 입문을 할 지에 따라 야권의 대선 구도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지도 관심사다. 

김 전 위원장은 전날 채널A 《뉴스A》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이) 만나자고 하면 만나보려고 한다"면서 "한 번 만나보고 대통령 후보감으로 적절하다 판단되면 그때 가서 도와줄 건지 안 도와줄 건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내세운 '공정' 관련 메시지에 대해 "공정이라는 단어 자체가 윤 전 총장의 브랜드처럼 돼 버렸다"면서 현재 시점에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라고 평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제안한 합당 논의를 국민의힘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 지도 향후 판도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할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先) 통합 후(後) 전대론'과 '선 전대 후 통합론'이 엇갈리고 있다. 합당 절차가 새 당대표 선출 문제와 얽히면서 이견이 표출되는 등 서서히 주도권 경쟁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도 '합당'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시가와 방법은 좀 더 시일을 갖고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석 달이나 석 달 반 정도의 재보선 복기 과정이 필요하다. 그게 어느 정도 되고 나서 국민의힘과 합을 맞춰볼 것"이라며 합당 논의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