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실 파산 이어 아케고스 사태까지.."크레디트스위스가 경고 무시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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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고스 사태로 대규모 손실을 본 크레디트스위스가 책임자를 교체한 이후 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크레디트스위스가 수년간 이어진 내부 경고를 무시한 탓에 그린실과 아케고스 붕괴라는 위험을 관리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간과한 첫 번째 경고는 그린실을 향한 것이었다.
결국 지난달 26일 다른 투자은행들이 아케고스와 엮인 주식을 대규모로 팔아치우는 동안 크레디트스위스는 1년치 이익에 해당하는 47억달러(약 5조3000억원) 손실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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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가 거절한 대출, 경영진이 내주기도
빌 황과 거래 안 끊은 시점부터 위험 예견돼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크레디트스위스가 수년간 이어진 내부 경고를 무시한 탓에 그린실과 아케고스 붕괴라는 위험을 관리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그린실 향한 내부경고에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
크레디트스위스가 간과한 첫 번째 경고는 그린실을 향한 것이었다. 지난 2017년 크레디트스위스는 그린실의 공급망 금융 대출에 투자하는 펀드를 내놔 크게 성공했다. 그린실이 기업 대출을 묶은 증권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펀드 출시 전부터 내부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건 크레디트스위스에서 구조화 금융을 담당하던 직원들이었다. 원자재금융을 담당한 직원들도 그린실 최대 대출 고객인 인도출신 억만장자 산지브 굽타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이후에도 경고신호는 계속됐다. 2018년 스위스 투자회사 GAM이 그린실과 산지브 굽타 소유 기업에 투자한 직원에 정직 처분을 내리면서다. 하지만 당시 내부 검토를 진행한 크레디트스위스는 별 문제 없다며 대수롭게 넘겼다고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린실을 향한 내부경고는 이듬해에도 나왔다. 그린실이 사업상 꾀를 부리는 것 같다는 구조화 금융 담당자들의 우려에도 불구, 같은 해 말 그린실 관련 펀드 규모는 세 배 불어난 90억달러에 달했다. 마이너스금리 시대 유럽 투자자들이 수익처를 찾아 몰린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그린실 관련 펀드에서 자금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그린실은 크레디트스위스에 1억4000만달러를 빌려달라며 SOS를 요청했지만 리스크 관리 담당자들은 이를 거절했다. 독일 금융당국이 그린실 은행 부문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라 워너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등 경영진은 그린실이 추가로 제공한 10억달러 넘는 담보를 믿고 대출을 해줬다. 라라 CRO는 지난 2월 22일에야 그린실 신용보험 계약이 끝나간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3월 1일 관련 펀드들을 동결했지만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빌 황과의 인연 이어가다 1년치 이익 손실 봐
그린실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지 3주 뒤 아케고스 사태가 터졌다. 빌 황과 거래를 끊지 않은 시점에서부터 크레디트스위스의 손실은 예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빌 황이 헤지펀드 타이거매니지먼트를 이끌던 시절에도 프라임 브로커 서비스를 제공했다. 2012년 내부거래 혐의로 기소돼 벌금 6000만달러를 내는 등 고객 자산을 운용할 수 없게 된 빌 황은 패밀리 오피스인 아케고스를 세웠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빌 황 리스크를 인지했지만, 외부고객 자산을 운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안심해 계속 돈을 빌려줬다는 설명이다.
아케고스 사태 직후 먼저 발을 빼 손실을 최소화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보다 대응이 느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아케고스 붕괴 몇 주 전에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줄이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아케고스가 위기에 처해 투자은행들을 불러모았을 때도 크레디트스위스는 빌 황을 보호하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달 26일 다른 투자은행들이 아케고스와 엮인 주식을 대규모로 팔아치우는 동안 크레디트스위스는 1년치 이익에 해당하는 47억달러(약 5조3000억원) 손실을 봤다. 연이은 대규모 손실에 라라 CRO를 비롯해 브라이언 친 투자은행부문 대표 등 경영진이 대거 해고됐다.
김보겸 (kimk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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