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 감독 "어른으로의 성장통에 관심 多, 계속 이런 이슈 다룰 것" [인터뷰M]

김경희 2021. 4. 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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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영화 '박화영'에 이어 비슷한 세계관이지만 한층 대중적인 버전의 '어른들은 몰라요'를 만든 이환 감독을 만났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이환 감독은 2011년 단편영화 '지랄'로 감독 데뷔한 이후 두 번쨰 단편 '집'으로 전주국제영화제와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초청되며 연출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집'의 이야기를 확장한 '박화영'으로 장편 영화를 연출했다. 2018년 개봉한 '박화영'은 하이퍼 리얼리즘을 표방하며 10대들의 리얼한 생존기를 그렸고, 개봉 이후 호평과 동시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박화영'에 출연했던 17세 가출소녀 '세진'의 이야기를 좀 더 확장하여 10대 임산부의 유산 프로젝트를 그린 로드 무비다. 이환 감독은 "저의 10대가 미완성의 느낌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10대를 완성하고 싶었다."라는 개인적인 이유와 동시에 "'박화영' 개봉 당시 100여회가 넘게 관객과의 대화의 자리를 가졌었다. 그때 어떤 여자 관객 두 분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청소년 쉼터의 선생님이라던 그분들은 영화를 잘 봤고, 아이들에게도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하시면서 10대를 다룬 영화를 한편 더 만들어달라고 하셨다. 그 이야기가 가슴에 남아서 2년 전 낙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던 때 자연스럽게 '세진'이를 소환하면서 만들게 되었다"라며 10대 청소년 이슈를 담은 영화를 연달아 만들게 된 배경을 이야기했다.

'박화영'을 봤던 관객이라면 '어른들은 몰라요'가 훨씬 순한 맛으로 느껴지겠지만 보지 않았던 관객이라면 '어른들은 몰라요'가 상당히 불편할 수 있다. 그 동안 여러번 들었지만 많이들 외면해왔던 소재이기 때문이다. 10대 임산부의 유산 프로젝트라고 간단하게 표현했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 과정은 실로 험난하고 고통스러웠다. 학교폭력, 미성년자 성매매, 낙태, 절도, 미혼모 입양 외에도 온갖 사회적 문제들을 빼곡히 담고 있는 것에 대해 이환 감독은 "이들이 거리로 밀려 나와 겪는 여정들이 순탄치 않기를 바랬다. 모두가 익숙히 알고 있는 사건들로 구성하되 특별하지 않길 바랬다. 어른들도 처음보는 특별한 사건이 아닌, 아는데 외면해왔던 소재들을 의도적으로 가져왔고 이 사건을 겪는 인문들의 감정, 선택, 정서에 집중하게 했다."라며 익숙한 사건이기에 관객들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돌아볼수 있게 했다고 한다.

또한 이환 감독은 "'박화영' 보다는 보편적인 영화를 만들어서 사회 문제에 대해 관객과 쉽고 편하게 소통하고 싶었다. 그래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라며 걸그룹 EXID 출신의 안희연을 배우로 캐스팅하고, 조성하, 이승연, 노수산나, 박수영, 남문철, 김강현, 현봉식, 박강섭, 류아벨 등의 대중적인 배우들을 캐스팅해 안정적인 드라마 부분을 보여준 이유를 밝혔다. 그 외에도 감각적인 롱보드 장면을 넣음으로서 숨통이 트일수 있게 했고, 음악도 의도적으로 힙합을 사용함으로서 국가대표 롱보드 팀과 유명 래퍼들과 함께 젊은 아티스트들의 축체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노라며 의도를 밝혔다.

그런 의도가 제대로 적중된 것인지 영화의 중간에 나오는 랩은 물론이고 엔딩 크레딧에 들리는 랩까지 관객의 마음속에 가시처럼 박혀 영화를 본 뒤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환 감독은 "모든 곡을 이번 영화를 위해 새롭게 만들었는데 엔딩에 나오는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만 원래 있던 곡이다. 이 곡은 처음부터 엔딩에 쓸 곡으로 정해놨었다. 보통은 관객들이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때 극장을 나서는데, 우리 영화는 그 장면까지 영화의 한 씬이 되도록 설정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어른들은 몰라요'나 '박화영'에는 너무나 이중적인 아이들이 나온다. 흔히 일진이라고 불리는 무리의 아이들이 나오고, 그 무리의 아이들은 이상하게 혼자 있을때는 다른 사람처럼 행동한다. 이환 감독은 "꼭 10대만 그런건 아니다. 어떤 인간이건 무리를 이뤄 단체가 되면 오류가 생기더라. 인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결여되는 지점이 있다. 다들 아무 문제 없이 살고 있다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있는데 내버려 두거나 모른척 하더라. 그런 일환으로 인간관계의 모순을 극대화해서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관계'에 대한 오랜 탐구와 고민의 흔적을 드러냈다.

또한 영화의 주인공들은 항상 웃는 모습인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박화영도 세진이도 웃는다. 이들의 웃음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자조적으로 포기하는 의미의 웃음도 있고, 미안하다는 의미의 웃음도 있고, 어떤건 살려달라고 하는 웃음도 있다. 의도적으로 여러 의미가 겹쳐 보이게 연기해 달라고 배우들에게 요청했다"라며 희망이 없는 현실에 처한 인물들을 복합적인 웃음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어쩜 이렇게 10대에 대한 심층적인 자료조사와 고찰을 하게 되었을까. 이환 감독은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시대는 변해도 세대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제가 보낸 10대나 아버지가 보낸 10대, 앞으로 10대를 보낼 세대에게도 늘 폭력과 왕따는 존재한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그런 문제는 없어지지 않는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10대는 어떻게 보내야 하는건지,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통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관심이 많다."라고 소신을 밝히며 "제가 그 동안 경험했던 일들. 무수히 떠돌던 소문들, 다큐멘터리, 사회 문제에 대한 다양한 토론회 등을 통해 많이 정보를 모으고 있고, 관심이 있다보니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이런 이슈들을 다루게 될 것 같다"라며 향후 작품의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 가출 4년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어른들은 몰라요'는 4월 15일에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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