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에서]K-POP이 읽어주는 사우디의 변화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2021. 4. 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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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조병욱 주사우디대사
조병욱 주사우디대사
[서울경제]
BTS-바다 : 바다인줄 알았던 여기는 도리어 사막♬

사우디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개인적으로는 에일리의 히트곡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가 떠오른다. 석유, 이슬람, 혹은 7~80년대 우리 옆집의 누군가는 일하러 갔던 국가. 사우디에 부임한 2018년 5월, 사우디는 새로 부임하는 대사를 따뜻하다 못해 50도에 가까운 날씨로 뜨겁게 환영했다.

그런 더위에도 불구하고, 사막 한가운데서 검은 황금이 나오는 사우디는 역시 풍족한 나라였다.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체인점만이 아니라 그야말로 더운 날씨를 빼면 미국의 한 도시 같은 풍경이 펼쳐졌고, 그 덕에 나와 내 아내는 잠시나마 사우디에 도착했다는 사실도 잊을 수 있었다. 익숙한 스타벅스의 로고 아래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경비원이 우리를 막아섰다.

“이곳은 싱글(남성전용) 섹션이니 입장이 불가능하고, 저쪽 패밀리 섹션으로 가셔야 합니다.”

그 설명을 듣는 순간, 내가 부임한 곳이 사우디라는 사실을 재차 실감했다. 엄격한 이슬람의 국가, 여성이 운전을 할 수도 없고 손목과 발목까지 가리는 아바야를 입어야 하는 곳, 그리고 남녀를 엄격하게 분리하는 나라.

오마이걸-비밀정원 : 아직은 별거 아닌 풍경이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곧 만나게 될 걸♬

그로부터 한 달 후인 2018년 6월, 놀라운 뉴스가 사우디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그건 바로 오랫동안 금지되어 왔던 여성 운전을 허가하겠다는 모하메드 왕세자의 발표였다. 그간 왕세자 주도로 사우디의 변혁을 견인하던 VISION 2030의 다양한 정책이 사우디인의 생활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대사관이 위치한 외교단지 내의 스타벅스가 어느새 남녀 구분을 없애고, 우리 부부의 입장에 제지가 아닌 “무얼 주문하시겠어요?”라는 경쾌한 인사로 우리를 맞아주고 있었다.

에일리-보여줄게 :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여성 운전 허용으로 물꼬를 튼 사회 변화는 그야말로 급물살을 탄 듯 했다. 남녀칠세부동석이 당연했던 사우디의 젊은이들이 어느새 2019년 7월 젯다의 슈퍼주니어 콘서트에서 함께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미지의 땅이었던 사우디가 온라인으로 관광 E-visa를 발급하기 시작하였으며, 외국인 여성의 아바야 착용 의무 폐지, 식당 및 카페 입장 시 싱글/가족 구분 폐지, 사우디 여성의 해외 여행시 남성후견인의 허가제도 폐지 등의 조치가 한꺼번에 발표됐다.

특히, 관광 비자 발급 개시 이후 개최된 2019년 Riyadh Season 축제는 그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줬다. Riyadh Season은 BTS의 공연으로 개막되었는데, 약 7만 명의 젊은 사우디인이 몰리며 리야드 전역을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이후 해외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 유명 DJ를 초청한 MDL Beast, WWE 레슬링 이벤트 등 100개 이상의 이벤트가 1,100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맞이하였으며, 그야말로 문화 불모지였던 사우디가 중동에서 가장 큰 축제의 장으로 완전히 달라지고 있었다.

Super Junior-우리에게 : 어제보다 많은 내일을 우린 함께 할거야♬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광비자 발급 및 문화 공연이 일시 중단되었지만, 나는 처음 도착했던 2018년과는 완전히 다른 리야드에서 살고 있다. K-pop과 K-drama의 영향인지, 쇼핑몰에서는 사우디인들이 “혹시 한국 사람인지”를 유창한 한국어로 물어보고, 아바야를 내려둔 여성들이 훨씬 더 자유롭게 거리를 걷고 있다. 인구의 약 70%가 30대 이하 청년층인 사우디는 1~년 사이 그야말로 창상지변(滄桑之變)을 보여주었고, 더 많은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새로운 사우디와 한국이 더욱 더 많은 분야에서 동행해 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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