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볼 권리'? 성소수자도 서울시민..오세훈 시장의 정책은 무엇인가"

2021. 4. 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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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에게 성소수자 정책 촉구

[조성은 기자(pi@pressian.com)]
"안 볼 권리", "퀴어 특구"(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선거 기간 동안 전략적인 혐오발언의 대상이 된 성소수자들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후보 단일화를 했던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에게 성소수자 시민을 위한 정책을 촉구했다.

성소수자 단체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행성인)는 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기간 중 성소수자는) 혐오대상으로 소모되고, 인권정책과 평가항목에 언급되는 것조차 논란이 되고 반대에 부딪혔다"라며 "1년에 한 번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서는 수만여 명의 성소수자가 시민과 모여 자신을 드러내지만, 일상에서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일터에서 불이익을 당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보궐선거도 예외는 없었다. 후보자들은 차별에 반대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성소수자를 시민으로 인정하거나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한 약속을 한 이는 극소수였다"라며 "외려 1년에 한 번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성소수자 퀴어퍼레이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에 원칙을 강조하며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안 볼 권리도 권리'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할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후보자들에게 정책 질의서를 보냈지만 오세훈 시장은 답변 자체를 일체 거부했다"라면서 "새로운 시장이 취임한 서울시에서 성소수자뿐 아니라 차별과 불평등을 겪는 이들이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울시 인권침해 구제 기관에 성소수자 인권 담당 부서 설치 △서울시 산하 공무원과 기관 관계자들에게 성소수자 인권 교육 의무화 △성소수자를 위한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 △서울시 산하 의료기관에 HIV/AIDS 감염인 의료차별 방지 및 의식개선, 인권교육 실시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 정책 마련 △생활동반자 조례 제정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과 차별금지 조례 제정 등을 촉구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행성인)가 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에게 성소수자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선거기간 동안 '안 볼 권리', '퀴어 특구' 등 혐오발언으로 고통받았다고 전했다. ⓒ프레시안(조성은)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드 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활동가는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이런 상황에 정제된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억압으로 다가온다"라면서 "성소수자·장애·여성과 관련한 정책 질의에 어떤 응답도 하지 않은 후보의 당선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무응답은 그 자체로 유권자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동성 신혼부부'라고 밝힌 서울시민 김용민 씨는 생활동반자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김 씨는 "저희 부부는 슬플 때 서로를 위로해주고, 아플 때 서로를 돌봐주고, 서로에게 헌신하고 행복을 나누며 평생을 함께 살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사회에 의해 철저히 부정당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제 남편이 만약 사고를 당해 수술을 해야 할 때 저는 보호자로서 남편의 옆을 지킬 수 없다. 전셋값이 치솟는 서울에서 신혼부부의 희망인 신혼부부전세자금대출도 그림의 떡이다. 등본에 저희 관계는 '동거인'으로 표기돼 각종 행정 절차에서 서로가 배우자로서의 대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병원, 주민센터, 구청 등 삶의 현장 곳곳에서 저희 부부는 제도적으로 배제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라며 "가족을 이루고 살아갈 권리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데, 이 권리가 침해당하는 우리는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우리의 관계는 누구의 합의가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정의하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배우자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의 관계를 부정당하고 배제돼 살아갈 수 없다. 직접 행하는 차별만 차별이 아니다. 시민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당연한 권리를 제도적으로 배제당하는 현실 자체가 차별"이라고 했다.

오승재 청년 정의당 대변인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성소수자 시민은 큰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꼈다. 당선이 유력하다는 거대 양당의 후보들은 성소수자 시민의 삶을 지키고 바꾸는 일에 의지가 없다는 사실과, 그러한 서울의 미래가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전했다.

오 대변인은 "청년 성소수자에게 인권은 생존 자체의 문제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당하거나 위협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청년 성소수자 서울시민에게 일상은 존재할 수 없다"라면서 "오세훈 시장은 지난날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사과하고 시정을 운영하는 데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세훈 시장이 20대 남성 시민에게 지지를 받은 건 여당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지 반페미니즘 때문이 아니"라며 "여성과 성소수자 인권을 제물로 삼아 정치적 생명줄을 늘이는 작태를 더 보고 싶지 않다. 청년 시민은 언제든지 부정의한 정치세력을 몰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이들은 직접 마련한 성소수자 정책 요구안을 서울시청 인권담당관에게 직접 전달했다.

[조성은 기자(p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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