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6조 팔아치운 국민연금..7조 보유여력 생기나

문지웅,신화,김정범 2021. 4. 9. 16: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금위 의결, 18.8%서 19.8%로 주식보유 한도 확대
동학개미 원성 감안해 즉시 시행..매물 부담 줄 듯

◆ 연금 국내주식 매도 제동 ◆

국내 증시에서 매도 행진을 거듭해온 국민연금이 대량 순매도를 멈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 주식에 대한 전략적자산배분(SAA) 이탈 허용 범위를 넓히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15조~16조원가량 순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SAA 폭이 넓어지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주가가 올라 목표 비중을 이탈해도 허용되는 범위가 커진다.

기금위 결정으로 국민연금의 기록적인 매도세는 일단 진정될 전망이다. 주가가 현 수준보다 다소 떨어지면 국민연금의 순매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7조원 정도 커졌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당장 순매수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9일 국민연금은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원포인트 기금위를 열고 '국민연금 국내 주식 목표 비중 유지 규칙(리밸런싱) 검토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기금위원장)은 기금위 종료 후 "SAA 이탈 허용 한도를 1%포인트 늘리는 방안이 원만하게 처리됐다"며 "오늘 의결과 동시에 즉시 공포·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하순부터 이어진 연기금의 순매도 행진이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동학개미들의 원성이 이어지자 정부가 불만 여론을 의식해 내린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금위를 통과한 리밸런싱안 핵심은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 주식 비중 목표인 16.8%는 그대로 두고 총 허용 한도 ±5%포인트 안에서 SAA 허용 범위를 현재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늘리기로 한 부분이다. 기존에는 주가가 올라 국내 주식 비중이 18.8%를 벗어나면 매도를 해야 했지만 이제는 19.8%까지는 매도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연금 운용 규모가 855조원(올해 1월 기준)인 점을 감안할 때 170조원 정도가 국내 주식을 담을 수 있는 최대치로 추정할 수 있다.

기금위 결정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내 주식 운용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권 장관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연속 SAA 상단을 이탈했다. 이형훈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이번 조치가 국내 주식의 추가 매입이나 즉각 매도 중단을 의미하는 결정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문지웅 기자 / 신화 기자]

국민연금, 당장 팔아야할 주식 줄어…대형주 수급 '숨통'

주식보유 한도 확대 즉시 시행

국내주식 비중 16.8%는 유지
전략적 투자비중 상한 더 높여
7조가량 주식 보유 여력 생겨
"단기적으로 증시에 긍정적"

국민연금 독립성 훼손 우려도
9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4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기금운용 방향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 주식 보유 범위를 확대하면서 연기금의 매도 행진이 당분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800조원이 넘는 기금을 국내외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있다. 각 자산의 보유 비중과 이탈 허용 범위를 정해놓고 있다.

이날 결정은 국내 주식의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를 기존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말까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16.8%로 변함이 없다. 하지만 SAA 허용 범위를 1%포인트 늘려줌으로써 국내 주식 SAA 허용 범위는 기존 18.8%에서 19.8%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 범위까지는 국내 주식을 많이 갖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SAA 허용 범위를 확대하면 국내 주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당장 매도해야 하는 주식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다만 전체 이탈 범위는 ±5%포인트로 유지하기 때문에 전술적자산배분(TAA) 허용 범위는 ±2%포인트로 조정됐다.

국민연금의 현재 운용 규모는 총 87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21.2%에 이르렀지만, 최근 연이은 매도로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이 약 20%인 174조원가량으로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SAA 기준이 바뀌지 않았다면 2조원가량의 주식을 추가로 팔아야 했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기금위가 1%포인트의 여유를 주면서 7조원가량의 여유가 생겼고 이로 인해 매도 압박을 덜 수 있게 된다.

기금위는 최근 3년간 허용 범위를 이탈하는 빈도와 규모가 늘었고, 최근 4개월 연속으로 허용 범위 상단을 이탈한 점 등을 고려해 이번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또한 2011년 자산 비중 설정 과정에서 국내 주식의 허용 범위가 다른 자산군에 비해 좁게 설정됐다는 점에서 국내 주식 허용 범위를 확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은 2016~2018년 3년간 SAA 허용 범위 상단을 4번 벗어난 바 있다. 2019년에는 4회, 2020년 2회 벗어났고 올해 1분기에도 3회 이탈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은 이날 "3월 말에도 국내 주식의 전략적자산배분 비중이 허용 범위 상단을 초과 이탈했다"면서 "넉 달 연속 허용 범위 이탈이 계속되면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3.5%포인트가 현재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지만 원만하게 변경하자는 위원들 의견이 많아 ±3%포인트 방안을 택했다고 권 장관은 설명했다.

기금위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순매도 행렬에 대해 투자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전략적자산배분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시장에는 개인뿐 아니라 외국인, 기관도 있고 기금의 투자 방향을 노출해서는 안 된다"며 "시장 영향을 가급적 줄이면서 운용해야 한다는 점에 위원들이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금위는 향후 정례적으로 리밸런싱 체계에 대해 판단하는 절차를 갖겠다고 밝혔다. 기금위 관계자는 "정례적으로 조정 필요성을 판단하는 절차를 갖추는 것으로 의결했다"면서 "또한 기금의 수익성, 안정성 등을 검토하는 절차를 함께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후 국내 증시 상승에 따라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빠르게 커졌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올해 1월 4일~4월 9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서 17조2164억원을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6조701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기계적으로 매도해야 하는 부담을 다소 덜 수 있을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국민연금 매도세가 줄어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국내 주식시장에 긍정적 소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긴 호흡으로 보면 국내 주식시장에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연금 지급 등으로 주식을 처분하는 시점이 되면 시장에 충격이 올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주식 보유 범위를 늘린 것은 동학개미들의 불만 여론을 감안한 '정치적 결정'이며 독립성을 훼손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 <용어 설명>

▷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범위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설정한 목표 비중을 기준으로 주가 상승, 하락 시 이탈이 허용되는 범위를 가리킴. 국내 주식은 이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기금운용본부 운용역이 매수(매도) 거래를 통해 허용범위 안에 들어오도록 포트폴리오를 조정함.

▷ 전술적자산배분(TAA) 허용범위 : 기금운용본부 운용역에게 주어지는 재량권의 범위를 의미함. TAA가 커질수록 기금운용본부 운용역의 재량이 커지고, 작아질수록 운용역이 초과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이 제한을 받게 됨.

▷ 리밸런싱 : 자산을 매수(매도)해 전략적자산배분(SAA)에 따른 목표 비중을 맞추는 작업.

[김정범 기자 / 신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