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인테리어, 명품의자보다 아늑한 조명이 먼저
하지만 대한민국 인테리어에는 개인의 취향이 들어설 공간이 많지 않다. 집에 대한 철학이 있던 사람들도 늘어나는 비용에 욕심을 접고, 남들이 하는 수준에서 실패하지 않는 디자인을 택한다. 그러다보니 인테리어에는 거주자의 생각보단 업자의 편의와 트렌드가 반영된다.
스웨덴의 공간디자이너 프리다 람스테드의 저서 '인테리어 디자인과 스타일링의 기본'은 집 인테리어를 앞두고 자신의 취향과 철학, 그리고 트렌드 사이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다.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북유럽 디자인의 철학과 핵심을 살펴볼 수 있다.
스웨덴 최대 도서 유통사이자 오프라인 서점인 아드리브리스에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찍었고, 번역 출간된 영국과 독일에선 6개월째 홈·데코 분야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은 책이다. 하지만 책을 넘기다 보면 인테리어 디자인 책인데도 사진 한 장 실려 있지 않다는 데 놀라게 된다. 오직 도안과 텍스트의 힘으로 독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이 책은 당장 참고할 만한 인테리어 트렌드를 소개하지 않는다. 그런 게 필요하다면 인테리어앱 '오늘의 집'으로 가면 된다. 대신 공간, 배색, 조명, 스타일링, 치수와 비율 등 인테리어 디자인의 이론과 원칙을 쉽고 간결하게 전달한다. 사소하게는 소파 쿠션을 매만지는 법부터 가구를 배치하고 색상을 조합하는 비결까지, 공간의 모양이나 크기를 뛰어넘어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러그와 매트 활용법, 식물 인테리어 디자인 노하우, 책장 정리법, 아늑한 조명의 원리, 커튼을 설치하고 액자를 거는 법과 같은 알토란같은 조언이 넘쳐난다.
저자에겐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경험과 학습을 통해 얻은 직감과 직관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 설명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을 방 어딘가에 놓거나 벽 어디쯤 배치해야 할 때, 공간의 면을 삼등분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나뉜 교차점에서 균형과 조화가 시작되는데, 이런 게 전문가들이 본능적으로 활용하는 경험칙이라는 것이다. 소품을 배치할 때 짝수보단 홀수가 훨씬 안정감을 준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오스트리아의 일간지 '크로넨 자이퉁'의 리뷰가 이 책의 핵심을 짚어낸다. "호화 아파트나 고급 주택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집을 편안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방법을 안내한다."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