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中 최고 부자 '유통왕'..감옥 갔다왔더니 세상이 변했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2021. 4. 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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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중국 최고 부호였던 황광위(黃光裕·51) 궈메이톈치(国美電器·Gome Retail) 전 회장이 약 12년 간의 옥살이를 마치고 경영에 복귀했다. 고교 중퇴자인 황 전 회장은 10대에 노점상으로 시작해 궈메이를 중국 최대 전자제품 전문점으로 키워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러나 2008년 횡령·내부자 거래 등 혐의로 체포 후 징역 14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했다. 올해 2월 형 집행이 모두 끝나 최근 회사 미래 전략을 밝혔는데, 세상의 반응은 냉담했다.

황 전 회장은 7일 저녁 회사 투자자들과 콘퍼런스 콜(전화 간담회)을 하며 앞으로의 경영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6월 가석방되고 올 2월 형기 종료 후 처음으로 공개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황광위 궈메이톈치 전 회장의 2006년 모습.

이 자리에서 황 전 회장은 오프라인 매장을 대폭 늘릴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2019년 말 기준 2600여 개였던 중국 내 매장 수를 앞으로 18개월 안에 6000개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연결해 커뮤니티 기반 공동구매 분야에 진출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중국인 소비력과 경제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여전히 회사가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며 "궈메이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는 라이브스트리밍, 짧은 영상, 광고 위주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새로울 것 없는 발표 내용에 주가는 급락했다. 앞서 황 전 회장의 공개 행보 기대감에 7일 홍콩증권거래소에서 궈메이 주가는 10% 넘게 올랐다. 그러나 콘퍼런스 콜 다음 날인 8일 주가는 11% 넘게 하락 마감했다. 9일에도 궈메이 주가는 오후 2시 20분 기준 4%대 하락 중이다. 유통 산업이 온라인 중심으로 완전히 넘어갔는 데도 환경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실망감이 반영됐다.

궈메이톈치 매장.

온라인 전략도 뒤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궈메이는 2000년대 들어 일찍이 전자상거래 분야를 준비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알리바바·징둥 등 온라인 쇼핑 스타트업이 급성장하는 동안 정체됐다. 궈메이는 올해 1월에야 전콰이러라는 이커머스 앱을 내놨다. 온라인 가전 시장에서 궈메이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 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중국 남부 광둥성 농가 출신인 황 전 회장은 16세에 학교를 관두고 길거리에서 값싼 공산품을 팔기 시작했다. 1987년 베이징에서 회사를 세운 후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파는 유통 체인으로 키워냈다. 2004년 회사를 홍콩 증시에 상장시킨 후엔 중국 본토(홍콩·마카오·대만 제외) 최고 부자 자리에 올랐다. 중국 후룬연구소가 집계하는 중국 부호 리스트에서 2006~2008년 1위를 차지했다. 후룬연구소의 2008년 중국 부호 리스트에 따르면, 2007년 기준 황 전 회장의 순자산 가치는 63억 달러(약 7조 원)에 달했다.

그러나 2008년 11월 뇌물수수, 내부자 거래, 불법 외환 거래 등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2009년 1월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2010년 5월 징역 14년형과 벌금 6억 위안(약 1000억 원)을 선고 받았다.

황광위 궈메이톈치 전 회장.

황 전 회장은 감옥에 있으면서도 가족을 통해 회사 지배력을 유지했다. 아내 두쥐안과 여동생 황슈훙 등이 임원으로 재직하며 황 전 회장의 옥중 경영을 도왔다. 2015년엔 그와 아내의 지분율을 55.34%로 더 높였다. 현재도 두 사람이 지분 50.26%를 가진 최대주주다.

황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모범수로 인정을 받아 22개월 감형됐고 가석방됐다. 올해 2월 16일 가석방이 종료됐다.

그의 유통 제국은 크게 흔들렸다. 궈메이 실적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매출과 이익은 매년 줄고 부채만 늘어난 상황이다. 궈메이는 지난해 70억 위안(약 1조2000억 원) 손실을 내며 2017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441억 위안으로, 경쟁사 쑤닝닷컴 연매출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692억 위안(약 11조7800억 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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