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마겟돈'처럼..소행성 핵폭발 연구도 활발 [Science]

이새봄 2021. 4. 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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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200m 소행성 폭파 위해
3메가톤급 이상 핵폭탄 필요
히로시마 원자탄의 200배
美, 7월 탐사선 '다트' 발사
내년 10월 쌍소행성 위성에
초속 6km 속도로 충돌 계획
"하늘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푸른 불빛이 보였고 하늘이 둘로 갈라지면서 검은 구름이 피어올랐다."

1908년 6월 30일 오전 7시 17분. 러시아 시베리아 지방 툰구스카강 유역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불덩이가 하늘을 서에서 동으로 가로질러 날아가더니 상공 5~10㎞에서 폭발했다. 심한 땅울림과 함께 돌풍이 몰아쳤고, 서울시 면적의 3배가 넘는 2150㎢ 크기의 숲이 파괴됐다. 100년이 훌쩍 넘은 2013년이 돼서야 이 불덩이의 정체가 소행성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SNL)에 따르면 이 소행성의 직경은 27m였고 다른 연구소가 관측한 결과도 최대 40m 안팎이었다. 폭발 파괴력은 현재 다이너마이트(TNT)를 기준으로 300만~500만t의 위력에 달했다. 이 소행성이 뉴욕 맨해튼에 추락했다면 1000만명에 달하는 인명 피해가 일어날 것이라는 보고서도 나왔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직경이 30m 정도인 툰구스카급 운석은 대략 100년에 한 번꼴로 떨어지고 있다.

1998년 개봉한 영화 '아마겟돈'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 소행성 충돌을 막기 위해 소행성의 땅을 파 핵폭탄을 넣은 뒤 지구로 귀환하는 '비밀 임무'를 수행한다.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한 설정이지만 우주로 향하는 로켓 발사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점차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18년 모스크바 물리학기술연구소 연구진은 학술지 '실험이론물리학저널'에 지름 200m 크기 암석으로 이뤄진 소행성을 폭파시킬 때 필요한 핵폭탄 크기를 계산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2013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운석 성분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작은 인공 소행성을 만든 뒤 이를 진공 체임버에 넣고 레이저로 폭파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소행성의 작은 구멍에 핵폭탄을 정확히 떨어뜨릴 수 있다면 지름이 200m인 소행성을 축소한 지름 8~10㎜짜리 미니 모형 소행성을 파괴하는 데 필요한 레이저 강도는 500줄(J)이었다. 구멍이 아닌 표면에서 터뜨린다면 650J에 해당하는 레이저가 필요했다. 소행성을 폭파하기 위해서는 작은 규모로 여러 번 시도하는 것보다 큰 에너지를 한 번에 터뜨리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실험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지름이 200m인 소행성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3메가톤(Mt) 이상의 핵폭탄이 필요했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보다 200배 이상 큰 규모의 핵폭탄이 필요하다. NASA는 지난해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탐사에 성공한 소행성 '베누'에 핵폭탄을 쏴 궤도를 바꾸는 연구도 하고 있다. 베누를 폭발시키기 위해 설계된 우주선의 이름은 해머(Hammer)다.

실제 올해 7월에는 미국의 소행성 충돌 실험 탐사선 '다트'가 우주로 발사돼 내년 10월께 쌍소행성 디디모스의 위성인 '디디문'에 충돌한다. 소형차 크기의 다트 우주선은 지름이 800m인 소행성 디디모스를 도는 150m짜리 위성 디디문에 초속 6㎞로 충돌한다. 우주선의 충돌 과정은 다트와 함께 발사될 초소형 위성이 기록하고, 이후 유럽우주국(ESA) 우주선이 다트의 충돌로 만들어진 충돌구에 대한 관측을 위해 또다시 디디모스로 향한다. 지구에서 1100만㎞ 떨어진 곳에서 충돌하기 때문에 충돌 직후 지상에서도 망원경과 행성 레이더로 상황을 관측할 수 있을 전망이다. NASA는 이번 충돌이 궤도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향후 충돌 임무를 수행할 때 이번 연구 결과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고출력 레이저를 쏴 소행성을 태우는 방안도 가능성이 있다. 비행기에서 고출력 레이저를 소행성 한쪽 면에 쏴서 궤도를 바꾸는 방식이다. '솔라 컬렉터' 위성을 발사해 태양빛을 소행성 한쪽 면에 집중시켜 궤도를 바꾸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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