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공약에 호가 3억 '훌쩍'..서울 재건축發 '집값변동' 바람탈까
취임 첫날 吳 시장 "재건축 신중·신속하게"..2·4대책·시의회 조율 난항
(세종=뉴스1) 김희준 기자 = 35층 규제 완화 등을 담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이 압구정 등 서울 재건축 시장을 깨우고 있다. 이미 일부 재건축 단지의 호가가 최대 3억원 수준까지 뛰어오르며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상승세가 둔화했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급등하면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데다 정부와 시의회의 협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오세훈 시장이 규제완화를 단기간 추진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5층 규제 완화 내세운 오세훈 바람, 재건축 시장 띄울까
9일 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이번 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1주 전과 같은 0.05%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매수세가 줄며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남3구의 재건축 아파트값이 상승폭을 견인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송파구(0.1%)에선 방이동 재건축 단지가, 강남(0.08%)구에선 압구정·개포동 재건축 단지 위주로 올랐다. 서초구는 0.08%를 기록했다. 재건축 기대감으로 노원구와 양천구도 각각 0.09%, 0.07% 상승했다. 모두 서울 평균보다 상승 폭이 0.02%포인트(p)에서 최대 0.05%p까지 웃돈다.
매매가와 호가 상승세는 더욱 뚜렷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양천구에 위치한 목동신시가지와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마포구 성산시영 등 재건축 아파트 값이 모두 500만~3000만원가량 올랐다.
특히 오세훈 시장의 '35층 고층규제 완화' 수혜단지로 거론되는 여의도 시범아파트 79.24㎡(전용면적)는 지난달 18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3개월 만에 2억원 넘게 뛰었다.
압구정 '재건축 대장주'인 현대7차 아파트 245㎡는 지난 5일 80억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날 압구정동 현대1·2차 아파트 131㎡ 역시 최고 호가가 40억원까지 나오면서 지난달 매매가 36억5000만원보다 3억5000만원 웃돌았다.
◇하루만에 3억 오른 '압구정' 호가…시의회·국토부 물밑 신경전 예고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여의도 시범아파트나, 공작, 수정아파트는 재건축 정비계획이 반려되거나 보완 요청을 받은 상태고 압구정 일대는 지구단위계획 확정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라 오 시장의 공약에 기대감이 높은 편"이라며 "앞으로 추진방향에 따라 이런 기대감이 호가에 더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오 시장의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이 손쉽게 반영되진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오 시장의 공약대로 35층 높이규제 완화와 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등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면 재건축 주도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만 정부와의 협의, 서울시 의회의 여대야소 구도로 인해 실제 실행 과정에 진통도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재건축 관련 조례를 개정하기 위해선 서울시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김인호 의장을 비롯해 시의원의 절대다수가 여당 출신이다. 이에 오 시장은 취임 첫날 김 의장을 예방해 "시정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도와 달라"며 협치를 당부했다.
그러나 광화문 공사를 둘러싼 시의회와 오 시장과의 입장차 노출되면서 이미 물밑 견제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밖에 공공재건축과 재개발을 담은 2·4 공급대책과의 조율 문제도 쉽지 않은 과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민간 재건축 시장이 그동안 줄곧 집값과열의 발화점이 됐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가 공공 정비사업을 방안으로 낸 것이다"며 "민간 재건축을 활성화하면 집값안정을 잡아가면서 공급문제를 해결하려는 국토부의 취지와 어긋나기 때문에 협의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토부는 민간 재건축 규제의 일부를, 서울시는 인허가 등의 권한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입장차는 두 기관의 정책을 모두 묶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수 주 동안 둔화하는 시점에서 재건축 공약만으로 3억원의 호가가 오르는 상황"이라며 "자칫 오 시장이 복잡한 서울 부동산시장에 개입해 집값급등이 발생할 경우 그에 따른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전략수정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오 시장이 이런 고심을 이미 취임 첫날 시사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오 시장은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너무 서두르다가 또 동시다발적으로 많이 하다가 주변 집값을 자극해서 누를 끼칠 가능성이 있고 해서 신중하지만 신속하게 하겠다"고 했다.
서울시 안팎에선 취임 첫날 굳이 신중함을 보탠 것 자체가 2주 안에 재건축 규제를 대폭 풀겠다는 공약에서 어느 정도 거리두기를 나타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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