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플로리다 사무실에, 대통령 전용 '결단의 데스크'가?
냉전(冷戰)시절 미국 대통령들은 자유세계의 운명을 손에 쥔 지도자로서 백악관 집무실 책상인 ‘결단의 데스크(Resolute Desk)’에 앉아 있는 것은 ‘고독한 경험’이었다고들 회고했다. 그러나 미국의 45대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74)에게 이 책상은 특히 의미가 있는 듯하다.
그의 백악관 선임고문이었던 스티븐 밀러는 7일,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 내에 있는 트럼프 사무실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이 ‘결단의 데스크’가 다시 등장한다. 트럼프는 이 책상에 앉아 밀러와 함께 싱긋이 웃는 사진을 찍었다. 물론 진짜는 아니다. 전체 모양은 동일하지만, 자세히 보면 책상 전면(前面)의 나무 문양도 다르고, 미 대통령 문장(紋章·seal)도 없다. 미 언론에선 복제품(replica)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가 앉아 있는 의자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져온 듯하다. 1880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당시 미국 대통령 러더퍼드 헤이스에게 선물한'결단의 데스크'와는 달리, 이 의자는 별다른 사연이 없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대통령 재임 시절을 기념하는 물건들이 적지 않다. 왼쪽 벽에는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이 워싱턴 DC 상공을 나는 사진, 오른쪽 벽에는 전용 헬기인 ‘마린 원(Marine One)’이 4명의 미 대통령 얼굴이 조각된 사우스다코다 주의 러시모어 산을 지나는 사진이 걸렸다. 작년 8월 일부 백악관 참모들이 사우스다코다 주지사(공화)에게 트럼프 얼굴을 추가하는 것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트럼프는 “제안한 적은 없지만, 집권 3년반 동안 어느 대통령보다도 많이 이룬 것을 고려하면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고 트윗한 바 있다.
책상 위에는 미 국경순찰대가 트럼프에게 보낸 ‘#45’라는 숫자가 크게 쓰인 감사패가 놓였다. 이 감사패는 트럼프가 설치한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소재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는 ‘전(前) 대통령’보다는 ’45대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또 해외 주요 군사 작전이나 군(軍)기념 행사 때 전우애를 다지는 차원에서 동(銅)·청동·니켈 등으로 제작되는 기념 주화(military coins)들도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모두 자신의 재임 때 발행된 것들이다.
‘결단의 데스크’ 복제 책상 위에는 보수적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이 펼쳐졌다. 그가 즐겨 마시는 ‘다이어트 코크’ 유리병은 전화기 뒤로 슬쩍 치웠다. 그는 코카콜라 사가 민주당과 소수계에 불리한 조지아 주의 투표법을 비판하자, 지난 5일 코카콜라 불매를 요구했는데 아직 그 자신도 실행에 옮기지는 않은 듯하다.
대통령 집무실 책상과 비교해 분명히 사라진 것은 ‘빨간 단추’가 달린 나무상자였다. 트럼프는 재임 중에 전화기 옆에 둔 이 단추를 눌러서, 직원에게 다이어트 코크를 가져오라고 지시했었다. 트럼프는 2018년 1월 북한 김정일에게 “내 핵(核)단추는 더 크고 강력하다. 또 늘 내 책상 위에 있다”고 했지만, 그가 책상에 둔 단추는 이 ‘콜라 주문’ 단추였다. 트럼프는 이 ‘결단의 데스크’ 복제 책상에 앉아, 2024년 대선 재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