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배순탁 2021. 4. 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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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원제부터 알자.

작품에도 그려지듯 'Black Bottom'은 마 레이니가 실제로 발표한 곡 제목이기도 하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볼 수 있는 마 레이니의 무대가 왜 저렇게 연극적이고, 집단적이고, 풍자적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만 알고 감상하면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정말이지 끝내주게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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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레이니의 음악은 클래식 블루스로 정의된다. 블루스의 원조라는 의미다. 대중음악의 뿌리이기도 하다.
마 레이니의 음악 세계를 다룬 영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올해 아카데미상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영화의 원제부터 알자. 마 레이니의 ‘블랙 보텀(Ma Rainey’s Black Bottom)’이다. 한국어 제목은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먼저 블랙 보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춤을 뜻하는 용어라고 보면 된다. 1900년대 초 흑인들에 의해 유행한 춤으로 1920년대부터는 백인에게까지 전파되어 인기를 모았다. 자, 기억하자. 1900년대 초와 1920년대는 중요하다. 각각 ‘블루스’와 ‘리듬 앤드 블루스’가 융성한 시기인 까닭이다.

작품에도 그려지듯 ‘Black Bottom’은 마 레이니가 실제로 발표한 곡 제목이기도 하다. 1920년대에 녹음했지만 이전부터 즐겨 불렀고, 레코딩으로 남겨져 그를 대표하는 음악이 됐다. ‘Black Bottom’을 포함한 마 레이니의 음악은 보통 ‘클래식 블루스’로 정의된다. 간단하게 블루스의 원조라는 의미다. 역사는 미국 남부 미시시피에서 목화를 따던 흑인 노동요로부터 블루스가 시작되었고, 이게 현재 우리가 즐기는 모든 대중음악의 뿌리라고 기록한다.

마 레이니는 또 1800년대 민스트럴(Minstrel)로부터 발전한 카바레 쇼(대규모 악단과 집단 군무)와 보드빌(종합예술 무대)에 다리를 놔준 최초의 뮤지션으로 인정받는다. 이것도 용어 해설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민스트럴은 당시 백인이 얼굴을 검게 칠하고 흑인 민요를 노래하던 쇼를 뜻한다. 이 무대에서 보여주던 춤과 노래를 짐 크로(Jim Crow)라고 불렀는데 이후 흑인 일반을 지칭하는 인종차별적 용어로 쓰였다. 바로 1876년부터 1965년까지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와 차별을 정당화한 규정을 짐크로법이라 불렀던 이유다.

이제 다 됐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볼 수 있는 마 레이니의 무대가 왜 저렇게 연극적이고, 집단적이고, 풍자적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무대에서,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마 레이니는 왕이었다. 실제 증언을 살펴봐도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라고 전해진다. 단, 중요한 게 하나 있다. 어디까지나 ‘무대’와 ‘스튜디오’ 한정이었다는 거다. “그는 인종차별적인 세상을 통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적어도 무대와 스튜디오에서만은 누구도 자신을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블루스와 리듬 앤드 블루스

게다가 마 레이니는 미국 남부에 뿌리를 둔 가수답게 고집스러운 전통주의자였다. 영화에 잠깐 나오듯 그가 노래한 블루스는 미시시피에서 시카고로 오면서 대변혁의 길에 들어섰다. 시카고라는 대도시에 맞게 리듬의 볼륨이 커지고 속도도 빨라지면서 ‘리듬 앤드 블루스’라는 명칭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에서 고(故) 채드윅 보즈먼이 연기하는 레비와 비올라 데이비스가 분한 마 레이니가 노래의 편곡을 놓고 충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이 글 맨 위에 1900년대 초(블루스)와 1920년대(리듬 앤드 블루스)라는 타임라인을 기억하라고 썼던 이유다. 마 레이니의 음악이 시카고보다 더 큰 도시였던 뉴욕에서 별 반응을 얻지 못한 배경 역시 이로부터 추측할 수 있다.

이제 진짜 다 됐다. 이 정도만 알고 감상하면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정말이지 끝내주게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 온 마음을 다해서 강력하게 추천한다. 괜히 이번 아카데미에서 5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게 아니다.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배순탁의 B사이드> 진행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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