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출연진만 109명 화려함에 지루할 틈이 없다..'야진연'

남정현 2021. 4. 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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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국립국악원 단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국립국악원 개원 70주년 기념 공연 '야진연' 프레스 리허설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1.04.08.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출연진만 109명(무용단 51명, 정악단 58명). 성대하고 화려한 궁중잔치가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 위로를 전한다.

국립국악원이 개원 70주년을 맞아 공연하는 '야진연(夜進宴)'이다. 공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밤에 열리는 잔치고,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궁에서 베푸는 잔치'를 뜻한다.

국악원이 대규모 공연을 선보인건 2018년 송년 공연인 '태평서곡' 이후 3년 만이다.

90분 동안 11개의 공연을 담았다. 한 장면당 짧게는 2분, 길어야 13분으로 구성됐다. 색다른 공연이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국립국악원 단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국립국악원 개원 70주년 기념 공연 '야진연' 프레스 리허설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1.04.08. dadazon@newsis.com


이번에 선보이는 11개의 공연은 6개의 무용 공연과 5개의 연주 공연으로 이뤄졌다. 공연이 흥미롭고 생소한 점은 흔히 생각하는 무희들의 공연 이외에도 남자 무용수, 학을 뒤집어 쓴 무용수들이 등장해 무대를 채운다는 점이다.

특히 눈에 띄는 학무·연화대무는 왕과 왕실의 고귀함을 강조하는 한편 장수를 기원하기 위한 무대다. 당시 학은 신선이 타고다는 새로 알려져 있었고 천년을 장수하는 영물로 인식됐다. 선비의 이상적인 성품을 상징하기도 해 궁중무용의 소재로 활용됐다.

또 무대 뒤편 전면(全面) LED 스크린을 통해 저녁에 열린 잔치 분위기를 제대로 연출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배경 속에는 공연의 메시지도 은연중에 담겼다. LED를 활용한 배경은 연주와 무용만으로는 아쉬웠을 수도 있을 무대에 밤하늘을 수놓으며 관객이 그때로 시간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립국악원이 공연에서 LED 스크린을 무대 전면에 활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국립국악원 단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국립국악원 개원 70주년 기념 공연 '야진연' 프레스 리허설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1.04.08. dadazon@newsis.com

야진연은 어떤 공연?...


'야진연'은 1902년 5월에 대한제국 황제 고종의 기로소 입소를 축하하기 위해 열렸던 세 개의 진연 중 밤에 열렸던 잔치다. 기로소는 정2품 이상, 나이 70세 이상의 문신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다. 조선의 왕 중에서도 태조, 숙종, 영조만 기로소에 들어갔기에 고종은 처음에 이를 거듭 사양했다.

하지만 황태자(이후 순종)까지 나서 입소할 것을 청하니 고종은 세 번만에 이를 허락한다. 그러면서도 고종은 기로소 입소를 기념하는 진연을 올리지 말라고 명한다. 전 해인 1901년에 큰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흉년의 고통을 아직 겪고 있는 상황이기에 진연을 최소화하라고 이른 것이다.

'야진연'은 1902년 5월 31일 경운궁(지금의 덕수궁) 함녕전에서 거행됐다. 이번 공연은 당시 올려진 12종목의 궁중무용 중 제수창, 장생보연지무, 충앵전, 헌선도, 학연화대무, 선유락 등 6종목만 선보인다.

무용 공연은 임금의 덕이 높아 상제께서 장수로 보답해 창성하게 한다는 내용의 구호를 가진 '제수창'을 시작으로 백성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자 했던 '여민락'과 하늘처럼 영원한 생명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수제천', 새롭고 힘찬 발걸음의 시작을 알리는 '대취타'에 이어 윤선도의 '어부사'를 부르며 배 주위를 둘러서서 춤을 추는 '선유락'으로 이어진다.

본래 의례를 중심으로 연주와 궁중무용이 진행됐으나, 이번 공연은 의례는 제외하고 음악과 춤을 중심으로 재창작됐다. 당시 무용 공연은 태자가 절 하는 자리로 나아갈 때와 대한제국의 황제인 고종이 어좌에 오르는 절차, 황제에게 찬을 올릴 때, 황제가 술잔을 들 때, 황제에게 탕을 올릴 때, 태자에게 휘건(궁중에서 음식을 먹을 때 무릎 위에 펴던 수건)과 찬, 술을 바치는 절차 등에서 연행됐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국립국악원 단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국립국악원 개원 70주년 기념 공연 '야진연' 프레스 리허설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1.04.08. dadazon@newsis.com

21세기 국립국악원이 재해석한 야진연 공연은?

국악원은 이번 무대를 이 세계와 또 다른 세계를 원과 원이 만나고 이어지는 원형의 무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위에서 보면 장수의 의미를 담은 전통문양을 상징하고, 정면에서 보면 어딘가를 향해 나가는 뱃머리처럼 보이도록 의도했다.

이번 연주 공연은 정동방곡을 시작으로 여민락, 수제천, 해령 등 궁중음악을 담았다.

국악원 측은 "'야진연'을 바로 이 기로소를 향해 가는 길의 뱃놀이로 표현했다. 돛으로 상징하된 LED벽면을 통해 펼쳐지는 다양한 영상이 주축이 될 것이며 바닥에는 프로젝션 영상을 통해 물이 차올라 술잔이 되거나 무릉도원을 향해가는 호수가 되기도 한다. 축제가 무르익을수록 무대는 점점 신비로운 분위기의 무릉도원 바뀐다"고 밝혔다.

연출을 맡은 조수현 감독은 이번 공연에 열강에 둘러쌓여 자주성을 잃은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과 태자가 당시 나눴을 이야기를 생각하며 이를 공연에서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국악원에서 설명한 대로 기로소 입소를 무릉도원으로 향하는 길로 은유하고자 했다.

하지만 국악원에서 표현하고자 한 메시지의 전달력은 아쉬운 부분이다. 양 옆의 스크린을 통해 공연이 바뀔 때마다 춤의 이름을 설명해 주지만, 이것만으로는 공연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

'선유락'에서는 무용수들이 대사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대사의 의미가 궁금하지만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프로그램북을 통해 각 공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공연 중에 이를 이해할 수 있는 내레이션이나 자막 등의 장치가 추가된다면 관객의 공연 이해를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야진연'은 9일부터 14일까지 주중 저녁 7시30분, 주말 오후 3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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