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묵은나물' 조상의 지혜 듬뿍 봄나물 안 부럽네

시래기나물

묵은나물 [농촌진흥청 제공]

봄나물의 대부분은 생채소와 살짝 데친 나물들이다. 하지만 묵은 나물도 봄날에 먹기 좋은 식재료이다. 정월대보름의 절식이기도 한 묵은 나물은 묵혀두었다가 먹는 나물이라 하여 묵은 나물 또는 묵나물로 불린다. 겨우내 저장해 둔 호박고지와 가지, 버섯, 고사리, 도라지, 시래기, 아주까리잎, 토란대 등이 주인공들이다.

묵은 나물은 조상의 지혜가 담긴 식재료이기도 하다. ‘묵은 나물을 먹으면 다가올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말이 조선시대 기록 ‘동국세시기’에 나올 정도로 조상들은 묵은 나물을 건강한 음식으로 여겨왔다. 묵은 나물은 신선채소가 귀했던 겨울철에 영양소를 공급하는 귀중한 역할을 맡았다.

오랜 저장기관과 높은 활용도는 묵은 나물의 최대 장점이다. 말려두었던 나물들을 삶아낸 후 기름에 볶거나 물이나 육수를 조금 넣고 푹 끓이면 생채소와는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인기가 높은 시래기는 다양한 조림이나 찌개에 부재료로 활용하기 좋다. 특유의 구수함을 맛볼 수 있으며, 특히 현대인들에게 부족한 식이섬유와 비타민을 보충해 준다.

영양소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건조 발효되면서 생채소일 때보다 영양소가 더해지거나 잘 보존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비타민 D의 경우 표고버섯이나 무말랭이는 햇빛에 말리는 과정에서 높아진다. 독성이 있는 고사리의 경우, 건조시킨 후 삶아 먹으면 독성이 사라져 안전한 섭취가 가능해진다. 골다공증 예방에 필요한 칼슘 보충에도 이롭다. 맛에도 차이가 난다. 말린 채소는 수분이 빠져 단 맛이 더 강해진다.

묵은 나물을 만들려면 나물을 데친후 찬물에 헹구지 말고 그대로 말려야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 말리는 과정에서 가볍게 비벼가며 털어주면 부피를 줄일 수 있다. 요리하기 전날 미지근한 물에 하룻밤 정도 잘 불려주면 된다.

재료에 따라서 만드는 과정은 달라진다. 우선 취나물 등의 질긴 건나물은 요리하기 2~3일 전에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충분히 삶은 다음 찬물에 담가두면 떫은 맛이 사라진다. 반면 가지나 박오가리 등의 연한 건나물은 물에 너무 오래 불리면 흐물거려지고 단 맛이 빠지므로 30분 정도만 불린다.

육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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