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팝씨에서 파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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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값이 금값이다.
그렇다 보니 삼겹살집 파절이나 반찬 가게 파지가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파지나 팝씨는 어렵다.
파지는 전라도 지역에서 파김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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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값이 금값이다. 그렇다 보니 삼겹살집 파절이나 반찬 가게 파지가 자취를 감췄다. 이게 다 팝씨 때문이다. 파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대부분의 방언에서 파로 나타나니 할 이야기가 별로 없다. 파절이 역시 채소를 절여서 곧바로 무쳐 먹는 겉절이의 일종이니 금세 이해가 된다. 그러나 파지나 팝씨는 어렵다.
파지는 전라도 지역에서 파김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묵은지가 묵은김치의 뜻이니 ‘지’는 곧 김치다. 그러니 ‘파지’는 파로 담근 김치다. 전라도 지역에서 ‘짓거리’는 김칫거리다. 갓을 짓거리로 삼았으면 갓지가 되고 파를 짓거리로 삼았으면 파지가 된다. 오이지의 ‘지’나 장아찌에 있는 ‘지’의 흔적도 결국 김치와 한가지다. 오이지는 소금에 절이기만 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지만 김치와 지는 본래 같은 말이다.
팝씨를 알려면 먼저 파꽃을 알아야 한다. 농부나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 아니면 파꽃을 아는 이가 드물지만 파꽃은 꽤 예쁘다. 쪽파 꽃은 날렵하고 색까지 곱다. 대파 꽃은 솜뭉치처럼 탐스럽게 피어난다. 식물에서 꽃은 씨앗을 생산하기 위한 것이니 파꽃도 결국 씨앗으로 그 역할을 다하는데 그것이 팝씨다. 이팝나무가 흔해지다 보니 ‘팝’자가 덜 낯설어졌지만 언뜻 보면 콜라 상표명과 비슷해 보인다.
파의 씨가 왜 팝씨일까? 벼의 씨를 뜻하는 볍씨를 떠올리면 답이 나온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씨’ 첫소리는 ‘ㅄ’이었다. 오늘날은 단어 첫머리에 자음이 연속되는 일이 없으니 감이 안 오겠지만 굳이 비슷한 발음으로 설명하자면 ‘읍씨’에서 ‘으’를 가볍게 스치듯 발음하면 된다. 본래 ‘파읍시’처럼 발음되던 것이 오늘날에도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팝씨가 파지가 되기까지 꽤 오랜 세월이 걸린다. 짓거리뿐만 아니라 양념, 그리고 유통과정에서도 변수가 많다. 될성부른 팝씨를 잘 골라 정성스레 키워낸 이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할 일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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