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임시로 길만 내줬는데 자전거 이용률 '씽씽'

이근영 2021. 4. 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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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전용도로를 새로 만들지 않고 기존 도로에 자전거 길을 임시로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자전거 이용자가 크게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메르카토르기후변화연구소 연구팀은 9일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유럽 도시의 자전거 이용자 수를 분석해보니 임시 자전거 길을 추가한 도시들의 자전거 이용률이 최대 48%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이용자 수를 분석한 결과 임시 자전거 길을 추가한 도시에서 그렇지 않은 도시들에 비해 11~48%의 이용자 수 증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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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임시 자전거 길 만든 유럽 106개 도시 조사
평균 11.5km 설치해 이용자 11∼48% 늘어나
서울시 대여자전거 '따릉이' 이용 25% 증가
기존 도로에 임시 자전거 길을 낸 것만으로 이용자 수가 최고 48%까지 늘어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자전거 전용도로를 새로 만들지 않고 기존 도로에 자전거 길을 임시로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자전거 이용자가 크게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메르카토르기후변화연구소 연구팀은 9일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유럽 도시의 자전거 이용자 수를 분석해보니 임시 자전거 길을 추가한 도시들의 자전거 이용률이 최대 48%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5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DOI : 10.1073/pnas.2024399118)

연구팀은 유럽 106개 도시에서 새로운 자전거 길 길이와 자전거 이용 수 자료를 수집했다.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이용자 수를 분석한 결과 임시 자전거 길을 추가한 도시에서 그렇지 않은 도시들에 비해 11~48%의 이용자 수 증가가 나타났다.

대중교통이 보편화된 과밀 도시들에서 자전거 이용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인구밀도가 낮은 도시들에서는 1인당 자동차 수도 많고 평균 운행속도가 높은 반면 자전거 이용자 수 증가율은 낮았다. 일찌감치 자전거 길을 추가해 조사 대상 도시들 가운데 가장 많은 임시 자전거 길을 낸 파리의 경우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연구팀은 날씨나 대중교통의 수요공급 변화 등 변수를 배제했을 때도 증가 추세가 유지됐다고 밝혔다.

도로설치 노동자들이 기존 도로에 임시 자전거 길 표시를 하고 있다. 독일 메르카토르기후변화연구소 제공

연구를 이끈 독일 메르카토르기후변화연구소의 세바스티안 크라우스 연구원은 “더 많은 기반시설이 있으면 더 많은 이용자가 생기는 건 자연법칙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중교통 연구계에서는 자전거 길 추가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자전거 이용자 수가 많아지면 더 많은 기반시설을 바라는 것이지, 기반시설을 늘리는 것이 이용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크라우스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다. 자전거 길과 이용자 수는 역인과관계, 곧 기반시설이 이용자 수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시 자전거 길은 연간 최대 8조원의 보건 편익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산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연간 최대 8조원의 보건 편익 발생”

임시 자전거 길 공사비는 최고를 기록한 스페인 세비야에서는 1㎞당 25만유로나 소요됐지만 베를린에서는 9500유로밖에 안 들었다. 반면 편익은 큰 것으로 추산됐다. 자동차와 달리 자전거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미국 보스톤보건대 연구팀은 다른 연구에서 “자전거나 보행용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는 그 자체뿐만 아니라 건강 혜택을 고려할 때 효과적이다. 신체 활동을 늘리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대기질을 개선하고, 결과적으로 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분석을 내어놓았다.

의학저널 <예방의학>에 실린 논문에서는 자전거 운행은 1㎞당 0.45달러의 건강 편익을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메르카토르기후변화연구소 연구팀은 새로운 자전거 길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연간 10억∼70억달러(1조1천억∼8조원)의 보건 편익을 가져올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팀은 또 이런 효과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고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교통부문 파업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새로운 교통수단이나 경로를 택하도록 강요받은 뒤 새로운 습관에 익숙해진다. 연구팀은 “기반시설 곧 임시 자전거 길이 유지되면 사람들은 계속 자전거를 탈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석 국회 사무총장과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 등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공공자전거(따릉이) 대여소 설치 및 시승식에 참석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대중교통 이용률은 26% 감소

한편 서울의 경우 임시 자전거 길을 추가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률은 크게 감소한 반면 대여자전거 ‘따릉이’ 이용자 수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따릉이 대여건수는 모두 2370만5천건에 이르러 2019년보다 24.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민 1명당 2번 이상 따릉이를 이용한 셈이다. 특히 코로나19 첫 대규모 확산이 있었던 2~4월에는 이용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59.1% 늘었다. 반면 대중교통은 버스(23.8%↓)와 지하철(25.6%↓) 등의 이용자 25.9% 감소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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