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가장 굶주린 늑대가 가장 용감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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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는 거대하고 치밀하다.
어린 늑대는 대부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사냥에 나서는데 이 늑대 곁에는 동료가 없다.
사슴은 연거푸 달아나고 굶주리는 밤낮이 늘어날수록 늑대의 정신도 혼미해진다.
오래전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를 옐로스톤 안에 복원하기로 결정하고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뒤 공원의 생태계가 몰라볼 정도로 회복된 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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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세계 | 이미나 지음 | 보림
생태계는 거대하고 치밀하다. 날마다 놀라운 사건이 일어난다. 인간이 그 움직임을 가로막고 있기에 짐짓 고요해 보일 뿐이다.
그림책 ‘조용한 세계’는 사람들의 눈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늑대와 사슴 사이의 일을 다룬다. 이제는 그런 장소가 드물기에 사라져 가는 장면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눈 덮인 겨울 산에서 늑대 한 마리가 무리에서 동떨어진 사슴을 쫓는다. 이 추격의 목격자는 새들뿐이다. 어린 늑대는 대부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사냥에 나서는데 이 늑대 곁에는 동료가 없다. 사슴은 연거푸 달아나고 굶주리는 밤낮이 늘어날수록 늑대의 정신도 혼미해진다. “가장 용감한 늑대는 가장 굶주린 늑대”라는 말을 떠올리며 온 힘을 다해 사슴에게 달려든다.
이 그림책은 낱장의 그림 설명으로 접근하기 힘든 작품이다. 몰아치는 선의 흐름과 창백한 색의 무드를 읽어야 한다. 표지에서 보름달을 응시하던 세 마리 늑대 중에서 단 한 마리만 남은 채 이야기가 시작된다. 겨울 벌판을 헤매는 늑대의 퀭한 두 눈과 추격의 발길질 아래 파편으로 부서져 튀는 냉정한 얼음의 이미지가 충돌한다. 몸집은 작지만 포식자인 늑대의 생존 의지에 커다란 몸으로 벌벌 떠는 약자인 사슴의 불안이 맞선다. 관찰자 시점의 원경과 인물 내면을 파고드는 근경, 질주하는 대각선과 끈질긴 수평선, 실제 추격이 벌어지는 현실과 늑대의 환상이 엇갈리면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동료 늑대들의 환영은 세 갈래 그림자가 돼 어린 늑대와 달리며 사슴을 쫓는다. 반면 사슴은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혼자 도망쳐야 한다. 이 책의 제목은 중의적이다. 조용해 보이지만 거칠게 분투하는 생태계를 의미하기도 하고 인간이 묵음으로 만들어버린 뒤 조용해진 세계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늑대는 멸종 위기 동물이다. 오래전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를 옐로스톤 안에 복원하기로 결정하고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뒤 공원의 생태계가 몰라볼 정도로 회복된 바가 있었다. 늘 문제는 인간에게서 시작됐으며 복원의 고민과 책임도 인간에게 있다. 이미지의 상징성을 이해하는 초등학생 이상의 독자에게 권한다.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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